부동산 오피스·상가·토지

[CEO&스토리]크라코비악 CBRE코리아 대표"서울 80개 빌딩 특징·임대료 달달 외워...성장 밑거름 됐죠"

2008년 금융위기 되레 기회로...영업력 빛발하며 승승장구

2015년 35세때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韓법인 대표에 취임

작년 영업이익 두자릿수 진입 등 안정적 성장궤도에 올려놔

직원 만족도 정기 조사 등 소통 적극...일하기 좋은 회사 만들것

대런 크라코비악 CBRE 한국 대표./송은석기자대런 크라코비악 CBRE 한국 대표./송은석기자



“한국 임원들과 첫 대면한 식사자리에서 받은 첫 질문이 ‘사장님을 어떻게 부를까요’였습니다. ‘대런’으로 불러달라고 했더니 얼굴에 당혹감이 역력하더군요. 직원들 사이에서는 젊고 의욕이 넘치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와의 문화적 마찰에 대한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 제가 가졌던 뚜렷한 경영목표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설득한 덕에 회사는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올랐습니다.”

대런 크라코비악 CBRE코리아 대표는 지난 2015년 11월 당시 35세의 나이로 취임하며 업계의 화제가 됐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중개 및 컨설팅서비스 업계는 씨비알이(CBRE)·세빌스·존스랑라살(JLL)·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등 4개 글로벌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CBRE코리아는 최근 인수합병(M&A)과 사업영역 확대,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사세를 크게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률이 두자릿수로 올라서며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성장에는 젊고 자신만만한 외국인 CEO인 크라코비악 대표의 역할이 컸다.


호주 JLL에서 근무했던 그는 2007년 서울지사로 발령을 받으면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서울보다 앞서 제의를 받은 곳은 실은 홍콩지사였다. 일반적으로 서울이나 도쿄보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근무지이지만 크라코비악 대표가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제안이 들어온 자리는 아시아 물류 부동산 리서치 업무였는데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해보고 싶어 사양했다. 또 호주에서 하던 일과 유사하기도 해, 새로운 도전을 찾는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국의 부동산 시장 리서치 헤드 자리가 나서 흥미를 갖게 됐다.”

당시 회사 측에서는 서울 지점 발령을 제안하면서 5월에 그를 초청해 일종의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시켜줬다. 삼겹살·이태원, 특히 미세먼지가 없었던 당시 한국의 봄 날씨까지 접한 그에게 서울은 그야말로 ‘쿨 플레이스’였다. 서울에 반한 그는 서둘러 짐을 싸 서울로 왔다.

그런데 온 지 1년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많은 사람이 회사를 떠나야 했고 영업환경도 너무나 어두웠다. 그에게는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리서치 업무만 담당하다가 구조조정으로 영업 담당이 회사를 나가면서 두 업무를 모두 맡게 됐다. 부동산 시장 분석전망 외에 임대차 영업·관리까지 내 업무가 됐다. 새로운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

물론 쉽지는 않았다. 워낙 경제상황이 안 좋아 임차인들은 오피스 공간을 줄이고 임대료를 깎으려고만 했고 임대인들은 임대료 협상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 해보는 업무라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시장조사를 위해 아낌없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강남·종로·여의도를 걸어 다니면서 주요 건물 빌딩 사진을 모두 찍어 지도 위에 빌딩 사진을 일일이 붙여가며 건물 규모, 특징, 임대료, 임차인, 임대차 계약 만기, 조건 등을 죄다 외웠다. 약 80개 주요 빌딩의 임차인인 200~300개 회사에 대한 데이터를 항상 머릿속에 입력하고 다녔다. 작은 거래라도 맡게 되면 정성을 다했다.

크라코비악 대표는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시장 분석과 인맥형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은 지금은 어렵더라도 분명히 경기사이클이 호전되면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경기가 호전되자 시장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그의 영업력이 빛을 발했다. 이후 그는 임대차 부문 매출을 급성장 시켰고 경쟁사인 CBRE의 눈에 띄어 사장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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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전에 CBRE코리아 사장으로 왔을 때만 해도 회사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반신반의했다. CBRE코리아는 1999년 한국에 진출한 후 한 번도 외국인이 대표이사를 맡은 적이 없었다. 사내 문화 역시 외국계 기업치고 한국적인 기업 문화가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업계에 잘 알려진 30대 중반의 영업통이 사장으로 온다 하니 우려가 없지 않았다. “워낙 의욕이 넘치고 급한 성격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했다. 그때 사장인 내가 하는 말이 직원들에게는 10배로 증폭돼 받아들여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직원들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다.”

그가 와서 내걸었던 경영목표 중 1순위는 성장이었다. 크라코비악 대표는 “당시 CBRE코리아는 잠재력에 비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협력을 통한 성장이라는 회사의 경영 우선순위와 전략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직접적이고 솔직한 소통이다. “한국 문화는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문화라서 정확한 답을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직원들과 직접소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특히 논란이 될 만한 결정을 내릴 때는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소통의 일환으로 직원들의 만족도 서베이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수렴된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전 직원들과 돌아가면서 소규모로 점심을 먹으며 직접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서비스업은 결국 사람이 자산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기여를 충분히 인정하고 보상해줘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좋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 직원과 회사의 발전에 중요하다”며 “좋은 직장을 만드는 것은 올해 3년 차 CEO로서 중요한 경영목표”라고 말했다.
사진=송은석기자

CBRE코리아는

CBRE그룹은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서비스 및 투자기업으로 연간 14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100개국에서 8만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CBRE는 1999년 한국에 첫 진출해 현재는 3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억8,200만달러에 달하는 20여건의 상업용 부동산 매매 중개를 맡았으며 D타워·강남파이낸스센터 등을 포함해 총 336만㎡에 달하는 오피스 및 쇼핑 시설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대런 크라코비악 대표는 2년여 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서비스 업계에서 국내 1위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취임 이후 실제로 리테일 등의 분야에서 경쟁업체를 제치고 1위에 속속 오르고 있다. 그는 “고객들에게 글로벌CBRE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CBRE코리아에서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도록 신경쓰고 있다”며 “평판을 듣고 고객이 우리를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최종 경영목표”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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