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렇게 만든 건 직장 내 왕따를 주도한 ○○○, △△△, □□□. 하지만 증명할 수 없다. 죽는다. 그게 방법이다.”
지난 8일 양모(42)씨는 ‘사내 왕따’ 가해자들 이름을 적어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편 장모(44)씨는 “사내 따돌림으로 인한 절망감이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씨는 한 대형 신용카드 회사에서 18년간 근무했다. 남편은 양씨가 본사에 재직할 당시만 해도 애사심과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사에서 지점으로, 지점에서 센터로 연이어 발령이 나는 과정에서 양씨는 회사 인사고과와 업무 떠넘기기를 납득할 수 없었고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이후 우울증 증상으로 1년간 병원을 다니며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했지만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장씨는 “아내가 2014년 하반기 지점으로 발령받은 다음부터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양씨의 직속 상관이던 송파강남점 지점장과 차장이 “난 너랑 안 맞는다”면서 발령 직후부터 대화를 거부하고 업무평가에서 최하점을 잇달아 주는 방식으로 양씨를 업무와 승진에서 배제했다는 설명이다. 정규직 대리였던 양씨가 파견직 밑에서 6개월간 연수를 받는 일도 있었다. 장씨는 “아내에게 떠넘긴 업무량이 많아 점심도 거르거나 혼자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황은 양씨 유서에서도 드러난다. 양씨는 ‘*신 만들기. 배제 배제 결국엔 가맹점으로’ ‘차장이 못하겠다고 깐 과제를 왜’라면서 부당 전보와 업무 떠넘기기로 피해를 받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아울러 사내 따돌림의 고통을 ‘온몸이 바늘로 찔리는 고통의 시선’ ‘무서운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고 적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소수만 겪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과거 5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목격했다고 답한 비율은 80%를 웃돈다. 직접 피해를 겪었다고 대답한 사람도 66.3%로 3명 중 2명꼴이었다. 괴롭힘의 유형은 폭언·비난을 포함한 정신적인 공격(24.7%)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은 ‘무엇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당 카드사는 “회사 구조상 진급하기 힘든 다수 직원은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황상 지병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족이 유서의 일부만 공개해서 사내 조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면서 “추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아내 회사의 일부 직원들을 강요 등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