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남북회담 포장만 화려하면 안돼..비핵화 디테일 이끌어내야"

[갈등을 넘어 공존의 길로]

<1>文대통령의 운명 '완전한 비핵화' 서경펠로·전문가 제언

풍계리 폐쇄로 지나친 기대 확산

'협상 나온다' 이상, 이하도 아냐

北, 상당한 보상 요구 가능성 커

자칫 성과없이 제재만 풀어줄수도

허심탄회한 대화 넘어 구체 약속을

2415A04 펠로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호평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 “북한의 선행조치로 밝은 미래로 가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등 다소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의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학의 발표는 들어서 기분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감동할 것도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가장 초보적인 조치를 한 것뿐이라는 의미다. 그는 “북한의 경제발전 언급은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핵·경제 병진’ 정책의 모순을 없애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진단했다. 핵을 개발하면 국제제재로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모순정책을 바로잡은 조치라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 이상, 이하의 의미도 아니다”라며 “북한이 수없이 합의를 안 지킨 것을 봐왔지 않나. ‘협상하려고 나온다’ 정도로 봐야지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북한의 조치를 높이 평가할수록 북한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남 교수는 “북한이 ‘미국도 경제제재 완화로 화답해야 한다’고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계속해서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북한이 이런 패턴으로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보다는 일부 핵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계속 제재 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대화가 결렬되더라도 북한은 고립을 탈피하며 핵무기 개발 시간도 버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북한의 조치에 들뜰 것이 아니라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냉정한 정세 판단 아래 얼굴을 붉히더라도 할 말을 해야 하며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선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디테일한 발언이 나오도록 이끌고 이를 미국에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전·평화협정 모두 중요하지만 비핵화가 없다면 말뿐인 평화가 될 수 있다”며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진일보가 없으면 남북 정상회담이 포장만 화려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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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경제협력 카드를 꺼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구체적 행동이 있기 전에 국제사회도 제재를 풀지 않는다고 했고 실제 행동이 없는데 남한이 독자적 경협 카드를 꺼내면 국내 보수층의 반발이 클 것이므로 경협 카드를 섣불리 꺼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2차 정상회담 때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없음에도 경협 당근을 줘서 실패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경협은 남북·북미 회담 등이 잘 풀리면 연말연초에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보는 남북·북미 회담이 순조롭게 풀릴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21일 발표를 보면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이는 앞으로의 회담 과정이 굉장히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도 “미리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북한의 행보 등을 볼 때 일각에서 나오는 2020년 여름까지 비핵화 로드맵 완성 등의 긍정적 소식이 들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물론 긍정론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앞두고 북한 내부적으로 받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노선을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비핵화 선언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정영현·이태규·하정연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하정연·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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