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역사의 문' 앞에 선 한반도] '탄도탄 폐기' ICBM 국한 안돼...'北핵기술 처분'도 검증해야

■갈등 넘어 공존의 길로

<2>한반도 비핵화, 이번이 마지막 기회

美와 공조해 국내 위협하는 중거리탄도탄 해체 유도 등

비핵화 범위·속도서 반대급부까지 고려한 CVID 도출

北 우주개발 빌미로 ICBM기술 축적 하는지도 확인을




남북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핵심 사안에 대해선 ‘각본(합의문 초안)’ 마련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양측 정상이 만나 담판을 진행하기 전에는 어느 정도까지 합의가 나올지 확신하기 어렵다. 어떤 합의가 됐든 궁극적으로는 북핵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폐기한다는 이른바 ‘CVID’ 원칙을 도출하는 것만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답이라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우리 측이 보낸 대북특사단에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임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개발 중지를 선언했다. 이 같은 흐름에 비춰볼 때 최소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까지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다만 CVID 원칙 중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 폐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북측에서 구체적인 언급이나 행동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이 향후 어떤 협상 카드를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김 위원장이 ‘돌이킬 수 없는 폐기’까지 약속할지 여부가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기존에 보유한 핵무기나 핵물질을 봉인하고 폐기하는 것은 사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문제는 (불가역적 핵 폐기를 위해) 북한에 이미 축적된 연구개발인력과 기술력·경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이 3일 앞으로 다가온 27일 오후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을 전 세계에 알릴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 내 주관방송 조정실에서 관계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남북정상회담이 3일 앞으로 다가온 27일 오후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만남을 전 세계에 알릴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 내 주관방송 조정실에서 관계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컨대 북한은 과거 일본을 사정권에 둔 중거리핵탄도미사일 폐기 및 이와 관련한 핵기술자 명단, 설계도를 모두 처리하는 조건으로 일본에 30억달러를 비공식적으로 요구했다가 무산됐다는 게 북핵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처럼 구체적인 문제까지도 감안한 정교한 청사진을 갖고 대북협상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부터 받아낼 비핵화 약속의 범위와 이행 속도, 반대급부로 제공할 인센티브까지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선 비핵화 합의 범위가 중요하다. 북한이 이번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봉인이나 폐기를 약속하려는 탄도탄 범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한정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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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서는 자국 본토에 이르는 ICBM만 폐기하면 그만이지만 그 경우 우리나라는 여전히 단거리(SRBM)나 중거리탄도탄(IRBM) 위협 아래 놓이게 된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공조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탑재 ICBM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IRBM과 SRBM 문제도 다루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상국가’ 인정 문제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정상국가 지위를 인정받으면 평화적 우주개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데 우주개발을 빌미로 로켓을 연구하면서 아직 부족한 ICBM 기술을 축적할 위험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평화체제 구축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진심을 담아 협상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VID 원칙에 기반한 핵동결 및 폐기의 수순을 밟지 않으면 미국이 더 이상 인내하지 않고 예방적, 혹은 선제적 타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조엘 위트 박사 등이 편찬한 ‘북핵의 미래: 기술과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급속히 핵 개발을 할 경우 오는 2020년 핵무기 보유량은 1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미국이 용인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미국 백악관의 존 볼튼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명되기 전인 지난해 7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외교적 대북옵션이 실패하면 군사옵션만이 남게 되며 이 경우 북한의 보복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로 선제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북 선제타격이 여의치 않더라도 한국이 스스로 독자 핵무장을 하거나 미군의 전술핵 반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북한 체제의 붕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남북이 핵무장 경쟁을 하게 되면 경제력과 기술적 열위인 북한이 감당하기 어렵다. 옛 소련이 경제력 우위에 선 미국과의 군비경쟁 함정에 빠져 도태됐던 전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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