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헤지펀드 국내기업 공격 언제까지 방치해 둘 건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엘리엇은 23일(현지시간)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는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발표했다. 모든 자사주 소각과 순익의 40~50% 배당,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등도 요구했다. 4일 현대차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후 숨기고 있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엘리엇은 겉으로는 지배구조에 관심이 있는 듯 얘기하지만 속내를 보면 고배당이나 시세차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없어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으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한다고 판단되자 현대차 등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이런 엘리엇의 행태는 2015년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와 판박이다. 그때도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해 자체 제시안을 공개하며 여론전을 펴고 실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도한 배당을 요구했다. 3년 만에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을 틈타 다시 국내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노골화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으니 답답한 일이다. 국내 대주주의 방어책은 사실상 자기주식 취득이 유일하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경영권이 불안정해진 기업들은 헤지펀드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논란 당시 경영권 방어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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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는 귀를 닫은 채 약 3년을 허송세월하고 그 사이 국회에서는 대주주를 견제한다며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관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제3, 제4의 엘리엇 사태를 막을 수 있겠는가. 투자에 들여야 할 비용과 시간을 경영권 방어에 낭비해서는 기업이나 국가 경제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 상법개정안에 황금낙하산·포이즌필·차등의결권을 포함하는 등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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