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청년 창업, 300년 장수기업 될 수 있다

정진수

중소기업진흥공단 일자리지원본부장




장수(長壽)를 원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터키 이스탄불에는 241년 역사를 지닌 제과업체가 있다. 명품 브랜드 파워를 확실하게 굳히고 여러 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창업 점포 터에 지금도 본점이 그대로 있다. 바로 로쿰 가게 ‘하치 베키르(Hacı Bekir)’다.

터키에는 15세기부터 꿀이나 당밀을 바른 밀가루 떡에 가까운 젤리가 있었다. 궁중요리사 출신의 ‘알리 무히딘 하치 베키르’는 1777년 이 전통 젤리에 호두와 아몬드·코코넛 등 견과류를 더해 ‘로쿰’으로 재탄생시켰다. 이후 로쿰은 ‘터키시 딜라이트(turkish delight)로 불리며 터키를 대표하는 전통 과자로 자리매김했고 지금은 세계인들에게 터키 여행 선물용품 1호가 됐다.

터키에서는 도심 번화가나 관광지는 물론이고 공항면세점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로쿰이다. 창업자의 이름이 곧 브랜드명이 된 하치 베키르 로쿰은 일반 로쿰보다 두 배 정도 비싸지만 사람들은 오랜 역사가 빗어낸 맛을 인정하며 상점 앞에 줄을 선다.


청년창업은 도전의식과 창의정신에서 시작된다.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는 기본기를 제대로 갖춘 청년 최고경영자(CEO)를 길러낸다는 목표로 지난 2011년 개교했다. 20일 8기생이 입교했으며 누적졸업 1,930명, 일자리 창출 4,617명, 지적재산권 4,167건의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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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계획 수립부터 사업화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일괄 지원하며 졸업 후에도 성장촉진프로그램을 통해 정책자금, 수출·마케팅, 연구개발(R&D)에 이르기까지 연계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은 청년들의 도전·창의정신으로 설립된 스타트업이 역사에 남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역사가 오래된 기업은 존경받는다. 당연한 일이다. 존경받지 못하는 기업은 장수가 불가능하다. 아이디어가 빛나는 청년창업이나 벤처가 강소기업으로 안착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다만 욕심을 낸다면 100년, 200년, 300년 후에도 ‘하치 베키르’ 같은 정통성과 역사를 지닌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인고의 세월 속에서도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한국인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청년창업의 성공과 롱런을 위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정부의 지원과 온 국민의 관심도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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