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갔는데 오징어가 됐어요. 10분 동안 어느 직원도 아는 척하지 않더라고요. 인스타에서 자주 본 유명인에게는 직원이 활짝 웃으면서 응대하고요. 옷차림과 구매 내역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신세계 본점 매장이 최악입니다. 저 투명망토 쓴 줄 알았어요.”
“매장 안이 텅텅 비었는데 줄 서게 해서 창피했습니다.”
한 포털 사이트 명품 구매대행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이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이 같은 명품들의 불친절에 대해 본격적으로 성토하고 나섰다. 명품 매장에 들어갔다가 제대로 된 응대를 받지 못해 기분이 나쁘다는 게시글은 수천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다.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매장 직원들의 불친절한 응대 방식은 여러 가지다.
우선 매장에 들어선 손님을 적게는 10분에서 길게는 30분까지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는 ‘방치형’에서부터 손님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무안을 주는 ‘무안형’ 등 다양하다. 한 소비자는 “클러치 같은 모양에 지퍼 달린 것을 보여달라고 하니까 남자 직원이 가르치는 투로 ‘손님, 그건 파우치라고 하는 거예요’라며 정색하며 말했다”며 “소비자가 제품 모델명까지 정확히 알아서 이야기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명품 업체들은 이 같은 불친절에 대해 개인 직원의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여러 매장에서 이 같은 불친절한 응대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실제 명품 구매대행 사이트에 A백화점 ○○점 등 불친절한 매장 리스트가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명품 매장의 불친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구매 의사가 있더라도 막상 무시를 당하면 살 마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동네 구멍가게도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대우하지 않는데 명품을 팔면서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서비스업의 본질을 망각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명품 매장의 이 같은 고압적인 태도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스스로 주눅이 들어 구매 전에 친절한 매장과 불친절한 매장을 체크한 후 매장을 방문할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명품들이 단골장사만 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에르메스의 경우 에르메스 버킨, 켈리백 등 메인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스카프 등 액세서리, 남성 의류 등 비주력 제품을 조금씩 사면서 매장 매니저와 안면을 터야 한다는 것은 이미 불문율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 가운데서는 ‘재고떨이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매 이력을 쌓아야 메인 제품을 살 수 있게 하는 폐쇄적인 방식은 희소성을 지키기 위한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 방법”이라며 “진입장벽을 쌓아 단골 고객들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높이고 신규 고객에게는 브랜드를 더 열망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해외 매장과 국내 매장의 서비스가 다른 것에 대해서도 ‘한국 소비자들을 봉으로 보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소비자는 “싱가포르 에르메스 매장은 레깅스에 슬립온을 신고 갔는데도 친절했다”며 “왜 한국 매장만 유독 친절하고 불친절한 매장이 따로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