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004170)백화점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최대 주주로 오르면서 정 사장의 책임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말 인사에서 정유경 당시 부사장이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정용진 부회장과 남매경영 체제가 됐으며, 이후 두 사람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재은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 부회장이 그룹 총괄과 이마트 사업을, 딸인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 등을 맡고 있다.
이미 사업 초기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정 부사장은 지난 3년 간 뚝심 있는 투자를 통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을 묵묵히 키워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올해부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7년 매출은 1조 1,025억 원, 영업이익은 254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1·4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 70% 가량 늘어난 3,003억 원, 7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가도 올 초 7만 원대에서 최근에는 13만 원대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정 부사장은 그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끌로에, 지방시, 셀린느 등과 같은 해외 브랜드에만 의존한다는 인식을 최근 3년 간 완전히 불식시켰다. 이미 부사장이던 시절에 스튜디오톰보이를 인수해 주력 브랜드로 키우고 오래전 인수한 보브 역시 각각 1,000억 원대 메가 브랜드로 올려놨다. 인수한 비디비치 또한 올해 메가브랜드가 예상되는 한편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해 화장품 제조 기반까지 갖추기도 했다. 이렇게 5년간 공들인 화장품 사업은 지난해 매출 627억 원, 영업이익 57억 원을 달성해 첫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증여로 정 사장이 납부할 증여세 규모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2006년에도 정유경·정용진 남매에게 증여를 할 당시에도 3,400억 원대의 증여세를 낸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증여는 주가가 저점일 때 하는데 주식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을 때 증여를 하는 것은 그만큼 증여세를 많이 내겠다는 것”이라며 “신세계 일가의 책임 경영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