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정부가 세계 처음으로 시범 도입한 기본소득제를 중단한다. 핀란드 정치권은 기본소득이 실업률 개선 효과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대안으로 ‘근로장려 실업급여’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핀란드 정부가 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늘리기 위한 사회보장국의 예산증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존 기본소득 지급도 올해 12월을 끝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 2017년 1월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며 시범도입 기간을 2년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사실상 실험이 실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핀란드 정부는 실업수당 또는 생계보조금 수령자 가운데 정부가 무작위 선정한 2,000명을 대상으로 민간 평균 소득 3,500유로의 16%에 해당하는 월 560유로(약 70만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핀란드 정부는 실험이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대상을 단계적으로 늘려 모든 성인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핀란드 정부가 이같이 방침을 정한 것은 기본소득이 시범 도입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빈곤해소 효과가 크지 않았던데다 실업률 개선 효과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전면 시행하면 빈곤층에 집중된 복지예산이 전 계층에 분산돼 빈곤율이 11.4%에서 14.2%로 오히려 상승한다. 지난해 핀란드의 실업률은 8.6%로 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게다가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사람들이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일부러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오히려 시간제 일자리 등 임시직 취업에만 몰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기본소득이 전면 도입되면 소득세를 30% 증액해야 한다는 OECD의 보고서가 나오는 등 재원확보 우려도 제기됐다.
핀란드 정치권은 기본소득 대신 구직활동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실업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핀란드 의회는 최근 3개월 내 최소 18시간 동안 일하거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으면 실업급여를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핀란드의 경험은 최근 정부 예산으로 실업난을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