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박인비(30·KB금융그룹)는 1라운드 시작에 앞서 초록색 캐디 빕을 받는다. 캐디가 상의 위에 입는 빕의 색상은 대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초록색 빕은 세계랭킹 1위 선수의 캐디만 입을 수 있다. 박인비는 마이크 완 LPGA 투어 커미셔너로부터 이를 받아 자신의 오랜 캐디인 브래드 비처에게 건네게 된다.
2년6개월 만에 초록색 빕을 되찾은 ‘골프여제’ 박인비는 이번 메디힐 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으려 한다. 박인비는 지난 2013년 4월에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라 총 92주간 1인자 자리를 지켰다. 가장 길었던 ‘재위’ 기간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6월까지의 59주간이었다.
박인비가 세계 1위가 되고 처음 모습을 보이는 이번 대회는 올해 한국의 화장품·뷰티 기업 엘앤피코스메틱 주최로 신설됐다. 27일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머세드GC(파72·6,507야드)에서 열린다.
지난주 LA 오픈 공동 2위를 차지하며 권좌를 탈환한 박인비는 미뤄왔던 시즌 두 번째 우승과 통산 20승 사냥에 나선다.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었던 박인비는 올해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두 번째 출전이던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했고 이후 4개 대회에서 준우승 2회, 3위 1회로 꾸준히 우승을 노크했다. 시즌 상금 1위,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 평균타수 2위(1위는 제시카 코르다)를 달리고 있다. 9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아직 2승 기록자가 없는 가운데 박인비로서는 2승에 선착하면 위용을 과시하며 장기집권의 시동을 걸 수 있다. 필살기인 ‘컴퓨터 퍼트’가 되살아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3개 대회에서 결정적인 클러치 퍼트가 빗나가면서 잇따라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던 박인비는 직전 대회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반달형 헤드 퍼터로 다시 교체하는 등 해답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박인비는 이 대회 첫날 세계 2위로 내려온 펑산산(중국)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올 시즌 1승씩을 거둔 고진영(23·하이트진로)과 지은희(32·한화큐셀), 그리고 이 대회 주최사의 후원을 받는 세계 4위 유소연(28·메디힐)도 우승에 도전한다.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21)가 부활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2016년 마라톤 클래식에서 통산 14승째를 거둔 후 우승이 없어 1위였던 세계랭킹이 18위까지 떨어진 리디아 고는 레이크머세드GC와 인연이 각별하다. 2014년과 2015년 이곳에서 열린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을 2연패했다. 세계 3위 렉시 톰프슨(미국), 지난주 LA 오픈에서 우승한 11위 모리야 쭈타누깐(태국) 등 톱25 가운데 19명이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