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우리은행이 올해 또 60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지난해 역대급 이익을 기록한 은행들이 ‘여유 있을 때 구조조정을 하자’는 분위기여서 다른 은행들로 확산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조직 효율화를 위해 1인당 2억~3억원의 희망퇴직 비용을 들이는 데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964년 이전 출생자 중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해 오는 3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약 600명이 해당하며 통상 연말에 희망퇴직을 하는 전례를 고려하면 올해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진행한 희망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5,600명이 은행을 떠났고 1조7,00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특히 신한·농협 등은 직급에 상관없이 나이(40세 이상)와 연차만 되면 가능하도록 대상을 넓히기도 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은행들의 경우 중간관리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에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최근 1~2년 사이 희망퇴직이 상시화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채용이 워낙 많았던데다 비대면 채널 확대에 따른 영업점 감소 추세 속에 청년실업난 해소를 위한 신규 일자리 창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후폭풍과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마련 등으로 일부 은행은 올해 신규 채용을 하반기로 미뤘지만 우리은행(200명)과 농협은행(350명), 기업은행(170명) 등은 상반기 채용을 진행 중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55세 이상 되면 두둑한 퇴직금을 챙겨 떠나려는 심리도 강해 구조조정 비용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통상 최대 36개월 치 월급에 해당하는 특별 퇴직금을 지급한다. 임금피크제가 임금을 낮추고 오래 일하도록 한다는 원래 취지는 사라지고 사실상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도구가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직원 비율은 채 2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부도 ‘세대 간 빅딜’을 압박하면서 장기근속 직원의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모바일뱅킹 확산으로 창구 인력이 필요 없게 되면서 감원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다”며 “실적이 좋을 때 미리 줄여놓으면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대거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올 1·4분기에 4대 시중은행은 이자이익으로 전년 대비 13%나 늘어난 5조3,000억원을 벌었다.
일부에서는 무작정 인력을 내보낼 게 아니라 오랜 금융 경험을 토대로 쌓은 노하우를 살려 재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핀테크·인터넷뱅크 등 자신의 전문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