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SNS까지 파고드는 프로댓글러]'좋아요' 1,000개 늘리는데 5만원...페북도 여론조작 위험지대

돈만 내면 '팔로어' 숫자 늘리기도 얼마든지 가능

SNS 이용자 10명 중 4~7명 친구 추천 뉴스 신뢰

포털 댓글 규제 풍선효과로 여론조작 심해질 우려

포털사이트의 댓글 제한 조치가 강화되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론조작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주로 활약하는 이른바 ‘프로댓글러’들이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응해 SNS에 둥지를 트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의 경우 1인당 하루 작성 글이나 댓글 수에 제한이 없는데다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 업체인 만큼 국내 규제기관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SNS 이용자 10명 중 4~7명은 지인들이 공유해주는 뉴스를 신뢰하고 있어 여론조작에 취약한 상황인 것 또한 관련 우려를 키우고 있다.

25일 한 SNS 관리 사이트에 따르면 10만원만 내면 3일 만에 페이스북 계정 팔로어를 1,000명가량 늘릴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와 유사한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숫자는 10만원을 내면 1,000개를, 게시물에 달리는 ‘좋아요’ 숫자는 5만원을 내면 1,000개를 각각 늘릴 수 있다. 팔로어가 갑자기 늘어나는 의심을 없애기 위해 최대 열흘에 나눠 작업이 진행되며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분류되는 10~30대의 한국인으로만 팔로어를 구성한다. 해당 사이트 전면에는 ‘페이스북 조건을 100% 준수한 방법으로 진행되며 문제가 된 적은 한 건도 없다. 많은 대행사 및 관공서·기업·개인이 진행 중에 있으며 믿고 진행해도 좋다’는 광고글이 게재돼 있다. ‘관리내용비밀유지보안’이라는 항목을 통해서는 “관리 내용을 일절 발설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맡기면 된다”며 고객을 안심시키기도 한다.

해당 사이트 외에도 구글 등을 통해 검색하면 SNS 계정 관리 사이트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사이트는 ‘좋아요와 팔로어 늘리기를 묶음 구매할 경우 10%를 할인해준다’고 돼 있으며 또 다른 사이트는 ‘외국인 팔로어는 한국인 팔로어 대비 50%에 이용 가능하다’는 문구를 내세우는 등 고객 몰이에 적극적이다. 이들 사이트는 이미 확보한 다수의 아르바이트생에게 건당 20~30원가량을 지급하거나 해킹 등으로 확보한 아이디를 이용하는 방식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페이스북 팔로어나 ‘좋아요’ 숫자는 해당 가입자 및 게시물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수치로 분류되다. 또 ‘친구추천’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아져 영향력을 확대하기가 쉬운 이점도 있다. PC로 페이스북에 접속할 경우 ‘추천 페이지’라며 ‘좋아요’를 많이 받은 사이트를 무분별하게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 페이지 운영자들에게는 구독자 수 늘리기에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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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NS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의 경우 각종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등에서 팔로어나 ‘좋아요’ 숫자를 바탕으로 SNS 영향력을 과시한다”며 “SNS 기반의 일부 온라인 미디어도 외부 업체를 고용해 팔로어 수를 급속히 늘리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팔로어나 ‘좋아요’를 조작하는 것은 SNS를 통해 공유되는 정보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여론왜곡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에 따르면 SNS상 정보를 ‘매우 신뢰하거나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39.3%였으며 ‘누가 공유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응답한 비중은 34%였다.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팔로어를 바탕으로 오피니언 리더로 둔갑한 누군가가 각종 뉴스를 공유할 경우 페이스북 가입자의 최대 73.3%는 관련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이스북의 미디어 산업 영향력을 입증하는 논문도 있다. 김미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페이스북 친구 뉴스 추천이 뉴스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210명의 대학생을 조사한 결과 페이스북 이용자의 뉴스 추천이 다른 사람의 뉴스 신뢰도와 뉴스 관련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일부 페이스북 이용자가 SNS 공간에서만큼은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 사업자들이 돈벌이에만 몰두하지 말고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송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현재 모든 이슈가 포털 댓글에 집중돼 있지만 페이스북 또한 가짜뉴스 등으로 꾸준히 입방아에 오르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적절한 규제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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