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월 하이트진로가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를 지원했다고 고발한 지 3개월 만이다. 수사 대상에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도 포함돼 향후 승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최근 4차장 산하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박 본부장을 비롯해 김인규 사장, 김창규 상무 등 하이트진로 경영진이 고발 대상이다.
검찰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하이트진로가 거래 중간에 박 부사장이 소유한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는 이른바 ‘통행세’ 거래로 오너 일가를 부당지원했는지 여부다. 공정위는 앞선 조사에서 하이트진로가 2008~2012년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캔 1개당 2원씩 통행세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2007년 142억원이었던 서영이앤티 매출은 2008~2012년 연평균 855억원으로 6배가량 뛰었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이들 행위가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013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삼광글라스를 시켜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서영이앤티는 자회사 서해인사이트 주식 100%를 키미데이타에 고가 매각하도록 우회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의혹을 중심으로 공정위에서 넘긴 서류를 검토하는 등 본격 수사를 위한 담금질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도 ‘특수통’ 출신의 전직 검사장인 A 변호사와 접촉하는 등 방어 모드에 돌입했다. 하이트진로가 변호인으로 물밑협상을 진행 중인 인물에는 지청장 출신 변호사 등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검찰 수사를 받는 대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오랜 기간 특수부 생활을 한 검사장 등 고위 검사나 부장검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 3~4명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사례가 많다”며 “팀워크를 살리기 위해 변호인단으로 참여하는 이들을 과거 검찰 근무 당시 함께 수사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로 꾸린다”고 분석했다. /안현덕·조권형기자 always@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