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달고기

기독교 성지순례객이 예수의 첫 제자인 베드로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에 가면 맛보는 생선이 있다. ‘베드로 피시(St. Peter’s fish)’로 불리는 물고기다. 등지느러미 양쪽에 동그란 암갈색 점이 있는데 이것이 베드로의 성전세(聖殿稅) 일화와 연관돼 있다. 구약성서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네가 바다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오르는 고기의 입을 열면 돈 한 세겔(은화의 무게 단위)을 얻을 것이니 가져와 너와 나를 위해 주라 하시니라(마태복음 17장27절).” 베드로가 성전세를 내기 위해 물고기 입에서 은화를 꺼낼 때 엄지와 검지로 몸을 꾹 눌렀는데 그때 생긴 점이 베드로의 손가락 자국이라는 것이다.




베드로 피시가 국민적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오르는 10가지 메뉴 가운데 생소한 달고기가 바로 베드로 피시다. 북한의 단고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육류가 아닌 바닷물고기다. 녀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란 부산 일대의 특산으로 이름만큼이나 생김새도 독특하다. 몸 옆쪽에 보름달처럼 크고 둥근 흑갈색 점이 있다고 해서 달고기로 이름 붙여졌다. 가시처럼 길게 튀어나온 등지느러미도 ‘요상’하지만 체고가 높고 편평한 몸체에 앞으로 쭉 뻗은 입을 보면 흡사 쥐치를 보는 듯하다.


흰살생선인 달고기는 약간 심심하다 할 정도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허영만은 ‘식객’에서 수박 맛을 달고기 맛에 비유하기도 했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깔끔하다는 의미다. 구워먹기도 하고 국에 넣기도 하지만 도톰한 살코기를 포로 떠 전이나 부침개로 요리하기에 제격이다. 부산 사람들은 명태전 대신 달고기전을 부쳐 먹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살코기만 발라 기름에 튀긴 ‘생선까스’ 식 재료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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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만찬 메뉴에는 숨은 코드가 있기 마련이지만 27일 남북 정상이 함께할 저녁 상차림에는 스토리텔링이 넘쳐난다. 소떼 방북한 정주영 서산목장산 쇠고기와 DMZ 산나물비빔밥, 첫 방북 대통령인 DJ 고향 가거도의 민어요리 등등. 청와대는 달고기를 만찬에 올린 이유로 문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부산지역 대표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어린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감자전 뢰스티와 매칭되는 음식이다. 유년 시절에 대한 공감 외에 베드로가 전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까지 공유하면 좋겠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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