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이번엔 화웨이 때리기...무역갈등 새 불씨 던졌다

ZTE에 칼 빼든지 열흘만에

"대이란 제재 위반 여부 조사"

내달초 므누신 방중 앞두고

中 IT 견제...다시 신경전

2715A12 화웨이수정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에 강력한 제재를 내린 지 불과 열흘 만에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중국 화웨이 때리기에 나섰다. 화웨이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가 표면적 이유지만 사실상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견제용으로 관측된다. 다음달 초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의 방중을 앞두고 미중 무역갈등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투톱’을 모두 건드리면서 다시 양국의 신경전이 팽팽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법무부가 화웨이의 대이란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16일 미 상무부가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중국 ZTE에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도록 하는 제재 조치를 취한 지 열흘 만이다. 화웨이의 구체적인 혐의와 법무부 조사의 진척 상황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가 명목이지만 ZTE 제재와 마찬가지로 중국 IT 기업들에 대해 꾸준히 해킹과 스파이 위험성을 제기해온 미 정부의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델로그룹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해 전 세계 통신장비시장 점유율은 27%, ZTE는 10%로 중국 기업이 전 세계 통신장비시장의 40%를 주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는 그동안 화웨이와 ZTE 등 중국 IT 기업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견제 조치가 이어졌다.


중앙정보국(CIA)을 포함한 6개 미 정보기관 수장들은 2월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해킹 가능성을 우려하며 화웨이와 ZTE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정부의 압박에 미 1, 2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AT&T, 미 최대 가전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 등은 화웨이와의 제휴계획을 잇따라 철회했다. 17일에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 기업으로부터 통신장비를 구매하는 미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차단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에서 통신장비를 판매하는 중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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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가 이번 조사를 거쳐 화웨이를 직접 저격하고 나설 경우 미중 간 무역전쟁은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므누신 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의 방중으로 양국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커지고 있지만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모든 형식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행동에 반대한다”고 이번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며 “27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 정례회의에서 중국은 미국의 301조 조사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타깃으로 삼은 중국 제조업 발전계획 ‘중국제조 2025’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중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상호 이익이 되는 양국 무역을 미국에 대한 중국의 침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미중 간 무역갈등 문제를 논의하며 중국에 대한 제재 수위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의 핵심 생산기지이자 주요 시장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우려하는 쿡 CEO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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