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특유의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거침없이 발휘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1층 환담장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과 가진 환담에서 북한의 열악한 교통시설부터 탈북민, 연평도 등 민감한 주제들을 거론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대결의 상징인 장소(판문점)에서 많은 사람이 기대를 갖고 보고 있다”며 “오면서 보니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우리의 오늘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걸 봤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판문점 브리핑에서 전했다.
특히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으로 인해 남북 간 민감한 사안인 서해 최전방 연평도의 주민들을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끈다. 탈북민 문제의 경우 지난 2000년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김대중 대통령에게 직접 거론했으나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남쪽의 국정원과 통일부는 왜 자꾸 탈북자를 끌어들이느냐”며 자신들에 대한 비방을 지적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에게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서 대북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발뻗고 자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한번 더 “(문 대통령이) 새벽잠 깨지 않도록 제가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초 방북한 우리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도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NSC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치부 드러내기’는 오늘 환담에서 또다시 등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면서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간 김 위원장은 사회의 문제나 잘못을 드러내지 않는 북한 체제의 ‘금기’를 깨는 데 거침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남측의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까지 파격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조선중앙TV에서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한 해를 보냈다”며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 25일에는 자국에서의 교통사고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숨진 것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에게 위로전문을 보내 “깊이 속죄한다”고 사과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