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 화기애애했다. 27일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갑게 ‘손짓’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성큼’ 다가와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이날 오전9시30분 두 정상은 환하게 웃으며 전 세계가 지켜보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했다.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예상시간보다 빠른 오전9시27분께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북측 판문각 계단을 내려와 남쪽으로 걸어왔다. 김 위원장은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인 T2와 T3 사이로 MDL을 넘어 월경했으며 문 대통령은 이곳에 기다리다 9시29분께 김 위원장과 힘차게 악수했다. MDL을 중심으로 두 정상은 남측과 북측에 각각 위치한 취재진을 위해 몸의 위치를 바꿔가며 다시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손을 맞잡고 20여초간 담소를 나눴다. 이때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김 위원장에게 말하자 김 위원장이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깜짝 제안해 예정에 없던 두 정상의 월경이 이뤄졌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곳에서 다시 악수한 뒤 두 정상은 MDL을 재차 건너 남측으로 돌아왔다. 남쪽 차도로 이동한 두 정상은 대성동초등학교 화동 두 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두 정상은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했으며 받은 꽃다발을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건네받아 밀착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9시31분께 전통의장대 호위 속에 레드카펫이 깔린 자유의집 오른쪽 도로를 통해 해당 건물 주차장에 마련된 공식 환영식장까지 이동했다. 두 정상의 선두에는 전통악대가 섰고 호위기수가 뒤를 따랐다. 양쪽으로는 호위무사가 함께해 두 정상이 전통가마를 탄 모양을 형상화했다. 이 과정에서도 김 제1부부장은 행렬 바깥에서 보조를 맞췄다. 이동 중 문 대통령이 “외국 사람들도 전통의장대를 좋아하는데 약식이라 아쉽다”며 “청와대에 오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초청해주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전9시35분 자유의집 앞에 도착고 양옆으로 도열한 전통기수단을 통과해 자유의집 앞에 마련된 사열대에 올랐다. 두 정상은 사열대에서 의장대장의 경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거수경례로 사열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제안해 기념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이후 평화의집 1층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는 글을 남겼다. 김 위원장은 우리 측이 서명대에 준비해둔 펜 대신 김 제1부부장이 직접 챙겨온 펜을 사용해 방명록을 작성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후 1시간40여분 간 오전 회담을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김중만 화백의 그림을 소개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김 화백의 그림은 ‘훈민정음’을 소재로 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 사맛디’는 서로 통한다는 뜻”이라며 “미음은 문재인의 ‘ㅁ’, ‘맹가노리’ 기역은 김정은의 ‘ㄱ’”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웃으며 “세부에까지 마음을 쓰셨다”고 말했다.
공동 식수를 시작으로 오후 일정을 시작한 두 정상은 MDL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했고, 약 30분간 전 세계에 ‘오픈 정상회담’을 타전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이후 평화의 집 3층 연회장에서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비롯한 남북 양측 수행원을 위한 환영 만찬이 개최됐다. .
/송종호·박우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