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추나요법 건보 적용 하루가 급하다

신병철 부산대한방병원장·척추신경추나의학회장




건강보험 급여보장률이 일반 질환의 경우 62% 선에서 정체된 가운데 실손의료보험이 급성장함에 따라 그동안 비급여로 지탱하던 한의(韓醫) 의료시장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한의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추나요법·첩약(한약) 등의 건보 적용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케어’에 대해서도 대한의사협회와 달리 환영하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16년 근골격계 환자는 1,647만명, 진료비는 6조9,000억원에 이른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2월 발표한 ‘2017년도 한방의료 및 한약 소비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방의료 이용자가 치료하려는 질환(중복응답)은 허리 통증이 52.7%로 가장 많았고 기타 염좌(삠) 37.3%, 어깨 통증 20.9%, 관절염 20.7% 순이었다.


한방의료 가운데 건보 우선 적용이 필요한 질환으로는 근골격 질환(41.5%),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 질환을 일컫는 4대 중증질환(28.0%), 신경질환(14.4%) 등을 꼽았다.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근골격 질환의 비율이 높았다.

건보 적용 요구도가 높은 대표적인 근골격 질환의 한방 치료법이 추나요법이다. ‘밀 추(推)’ ‘당길 나(拿)’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한의사가 환부나 침을 놓는 부위(경락)를 손으로 밀고 당겨 사고나 잘못된 자세로 어긋나거나 비틀린 척추·관절·근육·인대 등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해준다. 국내외 수기(手技)요법의 장점을 흡수해 현대화했고 추나 테이블 같은 보조기구도 사용한다. 기혈(氣血)이 잘 돌게 하고 염증·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과 척추신경추나의학회·한방재활의학과학회는 학술활동·교육을 통해 추나요법의 표준화에 힘써왔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와 추나의학아카데미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대중화에도 성공했다. 아카데미는 126시간의 표준화된 임상훈련 프로그램을 운영, 지금까지 3,900여명의 한의사가 인증을 받아 진료에 임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추나요법에 대한 온·오프라인 보수교육을 통해 표준화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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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나학계는 더 많은 의료소비자가 추나요법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면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2년부터 한의사협회·보건복지부와 준비 작업을 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추나요법은 정부의 ‘2014~2018년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에 포함됐다. 지난해 2월부터는 65개 한의 의료기관에서 건보 적용을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타당성·유효성 평가를 거쳐 하반기 중 건보 적용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는 2016년 국제수기근골의학연합회(FIMM)에 가입한 후 교육위원회에 국제이사를 파견해 인증교육시간을 오는 2022년까지 ‘국제수기근골의학 인정의(醫)’ 기준인 300시간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추나요법은 치료적 성격이 강한 한방의료 기술이다. 추나요법 건보 시범사업 중인 한의 의료기관에는 이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쏠리고 있다. 시범사업 진료비가 1만6,000~6만4,000원가량으로 저렴해진데다 이 금액의 40%(한방병원) 또는 30%(한의원)만 본인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한의 의료기관 이용자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근골격 질환자들은 추나요법과 첩약에 건보 적용이 안 돼 한방의료 이용 부담이 상당하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진료비 부담 때문에 적절한 한방의료를 받지 못해 노동력을 상실하거나 직장 복귀 등이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루빨리 건보 급여화가 이뤄지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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