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포스트 판문점선언] 풍계리 핵시설 공개 폐쇄… 美와 협상 앞두고 '비핵화 실천' 강조

대북 강경론자 '회의감' 불식 의도도

영변 핵시설 폐기도 이어질지 관심

지난 2008년 6월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모습. 청와대는 29일 “북한이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오는 5월 중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지난 2008년 6월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모습. 청와대는 29일 “북한이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오는 5월 중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달 중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29일 청와대가 전했다. 2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핵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의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구두로 재차 약속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국제사회 공개까지 언급함으로써 줄곧 ‘행동’을 강조해온 미국 측의 요구에도 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핵실험장 폐쇄 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첫 단추를 먼저 끼우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하게 되는 만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확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북부 핵시험장(핵실험장) 폐쇄를 오는 5월 중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덧붙였다”고 밝혔다. 또 윤 수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의 실험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언급한 북부 핵실험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해석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여섯 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북한 핵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땅 아래 갱도를 파고 그 안에서 진행된다. 1번 갱도는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무너졌다. 2번 갱도 역시 6차 핵실험 후 지반 약화로 사실상 못 쓰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완성 단계인 3번 갱도와 6차 핵실험 후 굴착이 시작된 4번 갱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이들의 존재 사실을 직접 밝힌 것이다. 게다가 공개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전문가를 초청하겠다고 한 것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이에 더해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의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 또 “조선전쟁(6·25전쟁)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한민족의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 핵실험장 폐쇄 조치로 실천 의지와 신뢰를 강조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대북 강경론자들의 회의감을 불식하려는 의도를 담은 발언이다. 윤 수석도 “김 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한 핵의 검증 과정에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풍계리 핵실험장 외 영변 핵시설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북한이 다음달 핵실험장 폐기를 외부 취재진에 공개할 경우 2008년 6월의 냉각탑 폭파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시 북한은 미국 CNN과 한국 문화방송 등의 취재진 앞에서 영변 원자로와 냉각탑을 폭파했고 이는 수 시간 후 전 세계에 녹화 중계됐다.


정영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