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산은, GM에 굴욕 협상 했나

한국GM 실사서 의혹해소 못한채

"이전가격, 고금리대출 문제 없어"

차등감자 않고 뉴머니 전액 대출

산은은 투자금 모두 자본금으로

GM에 유리한 투자조건도 논란

3015A10 한국GM지원방식



한국GM에 대한 중간실사 결과 당초 제기된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산업은행이 GM본사와 투자 계획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국GM의 경영이 극도로 부실화하며 자본잠식에 빠진 원인으로 GM 본사의 고리대금업과 불합리한 이전가격 책정 문제 등이 제기됐지만, 중간실사에서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중간 실사 결과 GM 본사와 한국GM이 완성차와 부품을 주고받을 때 매기는 ‘이전가격(Transfer Price)’과 관련해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제일 핵심적인 건 이전가격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실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GM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규약대로 본사와 해외의 완성차·부품거래 가격을 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실사에서도 이를 뒤집을 반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이 경영난에 시달리자 GM 본사가 돈을 빌려주고 챙긴 이자에 대해서도 국내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지나치게 과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GM이 부과한 연 4~5%의 차입금리는 GM이 자체 신용등급으로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하는 금리와 비슷하다는 실사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중간 실사 결과가 당초 제기된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GM측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오면서 GM 본사와 산업은행의 투자 협상 역시 GM측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지난 26일 GM과 산업은행이 잠정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GM은 앞서 약속한 대로 한국GM에 빌려 준 27억달러(2조9,000억원)를 전액 출자전환하기로 했지만, 정부가 요구한 차등감자는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산업은행의 기존 지분율(17.02%)를 유지하기 위해 의결권 없는 우선주로 전환하기로 했다. 10년 간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며 산업은행에 ‘비토권’을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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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뉴머니(신규 투자)에 대해서는 기존 23억달러에서 36억달러로 13억달러 늘렸지만, 이 역시 전액을 대출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27억달러는 대출, 8억달러는 출자전환 조건부 대출, 1억달러는 언제든 회수할 수 있는 회전대출이다. 한국GM은 해당 대출에 대해 연 4~5%의 이자를 꼬박꼬박 물어야 한다.

반면 산업은행은 7억5,000만달러(8,000억원) 전액을 자본금 형태로 투자하기로 했다. GM이 투자금액을 늘리자 산업은행 역시 당초보다 투자액을 3,000억원 늘렸다. 또 GM이 투자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대출에는 대출로, 출자에는 출자로’ 투자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뒤집고 GM이 뉴머니 전액을 대출해주는데도 산업은행은 출자를 택했다.

산업은행은 “최종 협상시까지 협상 내용에 대해 비공개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추후 GM과 최종 계약 조건이 이처럼 불평등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혈세 투입 논란 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금융제공확약서(LOC·Letter of Commitment)‘를 최근 GM에 발행했으며 내달 초 회계법인의 실사 최종보고서가 중간보고서와 달라지지 않으면 법적 구속력이 부여된 LOC를 GM에 발행하고 주주 간 계약서를 작성할 방침이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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