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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요구 따를수 밖에 없는 국민연금]헤지펀드 전략에 어이없이 동조...먹튀 땐 손실 고스란히 메울판

재무적 투자자는 주주제안 막혀

노골적 공격에도 존재감 안보여




현대차(005380)그룹을 비롯해 국내 대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이 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느긋하다. 오히려 정부의 상법개정안 재추진에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헤지펀드 전략에 동조하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투기자본의 노골적 공격에도 국내 대기업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은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배당 확대와 집중투표제 등을 요구하자마자 구조 개편 후 사업목표와 1조원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반면 현대모비스(012330)(9.82%)와 글로비스(10.59%)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과의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강화를 위해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개정하고 나섰지만 곧바로 엘리엇의 공격 도구로 역이용되며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더 큰 문제는 엘리엇에 의해 국민연금 수익률까지 공격받는 모양새가 됐다는 점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엘리엇이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린 후 팔고 나가면 그 이후 주가 변동과 손실은 국민연금이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헤지펀드의 단기 차익 실현에 국민들의 노후자금 운용이 놀아나는 셈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에도 국민연금에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했는데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상법을 개정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할 뜻을 밝히자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에 나섰다. 일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은 국회가 상법을 개정하기 전에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으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는 대세에 밀려 안건은 통과됐다. 복수의 의결권 전문위원들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에 외국계 헤지펀드가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의결권 행사지침을 최종 의결한 기금운용위원회에서도 다른 안건에 밀려 제대로 토의조차 못하고 처리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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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국민연금에 개편안을 단순히 설명했을 뿐 적극 설득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과는 제도상 접촉도 막혀 있다. 황인태 의결권 행사전문위원장은 “일부 위원들은 현대차 그룹의 설명을 듣고자 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제도적으로 기금운용본부를 거쳐 현대차 그룹의 입장을 청취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금운용본부조차 현대차와 심도 있는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법상 재무적 투자자라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주주제안도 막혀 있다. 적정한 배당 수준과 배당정책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기업이 응하지 않더라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나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고려하면 당장 투자를 철회하기도 어렵다.

반면 엘리엇은 현대차를 향해 지주사 전환, 배당 확대, 사외이사 3명 이상 선임 등 적극적인 제안을 펼치고 있다. 지분 1%의 주주치고는 제안의 권한을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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