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강 쿼터(수출물량 제한) 발효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미국이 1월부터 수출 물량을 집계할 수 있다며 철강업계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쿼터 발효일자인 5월1일에 맞춰 물량을 집계할 것으로 봤던 철강업계의 예상을 뒤집은 발언이다. 쿼터에 발목 잡히기 전에 미리 물량을 밀어내자며 올 초부터 대미 수출을 늘려오던 강관업체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7일 철강업계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이날 철강업체들에 쿼터 관련 수출 물량 집계 시점이 1월부터가 될 수 있다고 전달했다. 무역확장법 232조 면제 조건으로 한국에 쿼터제를 제시한 미국은 조만간 기산일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의 기산일 공식 발표를 코앞에 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철강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초 업계는 미국이 5월부터 수출 물량을 집계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수입을 제재하는 조치)에 따라 모든 수입산 철강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시점이 5월1일부터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까지 철강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미국이 쿼터 발효일에 맞춰 수출량을 집계할 것으로 낙관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예년 수출량을 웃도는 물량을 미국에 보내왔다. 5월이면 쿼터에 얽매이게 되는 만큼 가능한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1월부터 3월까지 대미 철강 수출량은 9억3,000 달러(88만톤)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가량 늘었다.
강관업계는 특히 쿼터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추가 관세를 내지 않는 대신 강관업체는 지난해 수출 물량의 절반 수준(104만톤)만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피해를 줄여야 했던 강관업체가 가파르게 대미 수출량을 늘려온 이유다. 실제 강관업체는 지난 3년 중 최대 수출량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으로 물량을 쏟아냈다. 올해 3월까지 대미 강관 수출량은 3억9,000만달러(43만톤)로 지난해 같은 때(3억2,900만 달러·46만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산일이 1월로 잡히면 수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관업체의 수출길이 틀어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주문을 받아 생산에 들어간 5월 수출분까지 포함하면 할당된 물량을 거의 다 채우기 때문이다. 올해 매달 15만톤 안팎의 물량을 미국에 보내고 있는 가운데 5월까지 큰 변동이 없다면 73만톤 정도를 수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할당받은 물량의 70%를 웃도는 수치다. 5월이면 할당 물량을 다 채우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강관업계 고위 관계자는 “생산 일정을 앞당겨온 터에 5월 말쯤이면 회사에 할당될 물량을 다 쓰게 될 것”이라며 “6월부터는 사실상 미국에 쌀 한 톨도 못 보낼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우보·고병기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