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4위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우여곡절 끝에 합병에 합의하면서 미국 이동통신업계를 ‘3강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꿈이 3수 끝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벌어질 5세대(5G) 이동통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규모의 경제를 필수라고 본 손 회장이 경영 주도권까지 양보하면서 협상을 성사시켰지만 미 규제당국의 승인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도이체텔레콤의 미국 자회사인 T모바일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스프린트가 총 260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의 계약자 수를 합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억2,700만명에 달해 버라이즌(1억1,600만명), AT&T(9,300만명)와 함께 미국 3강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번 협상은 5G 경쟁을 위해 미 이동통신의 ‘3강’으로 도약하려는 손 회장의 경영권 양보에 힘입어 전격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지분 및 운영권을 둘러싼 입장 차 때문에 협상이 결렬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손 회장이 경영권을 내주고 총 14명의 이사 중 자신을 포함한 4명만 합병 법인 이사진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협상이 성사된 것이다. 이번 합의에서 양사는 합병 법인 지분 중 42%를 T모바일 모기업인 독일 도이체텔레콤이, 27%는 소프트뱅크가 각각 보유하고 나머지 31%는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하기로 했다. 경영권도 도이체텔레콤이 맡기로 했다.
외신들은 이번 협상도 양측의 주도권 경쟁으로 난항이 이어졌으나 업계 선두주자인 버라이즌과 AT&T가 5G에 대한 세부 계획을 잇달아 밝히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자 손 회장이 더는 합병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합병이 마무리되면 앞으로 3년간 5G 네트워크 서비스를 위해 400억달러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들이 미국 당국의 승인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양사는 지난 2014년에도 합병에 합의했다가 당국 승인을 받지 못해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친기업 정책을 펴는 만큼 규제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실제 미 정부는 AT&T가 타임워너를 850억달러에 인수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도 시청료 인상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