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파이낸셜포커스] 영향력 커진 GA, 대리서명·설명의무 위반 '불완전판매' 버젓이

[법 위반 급증…고삐 풀린 GA 이대로 괜찮나]

당국 감독 사각지대 놓인데다

판매 부탁하는 보험사도 눈치만

작년 금감원 제재 전년比 4배↑

책임 소재 불분명…고객 피해 우려

보험사 "금융당국 감독 강화해야"

0215A12 금감원 보험대리점 제재 건수



독립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불완전 판매 등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는 사례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GA는 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데다 상품판매를 부탁하는 입장인 보험사들도 눈치를 보는 상황이어서 자칫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GA가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총 79건으로 전년(20건) 대비 4배가량 증가했다. 2010년 이후 최고치다. GA의 연간 제재 건수는 지난 2010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4월 말까지 제재 건수는 14건에 달해 8~9일에 한번 꼴로 제재를 받는 셈이다. GA는 상대적으로 금융 당국의 감독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어 실제 법 위반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GA들의 위법 유형을 보면 혀를 차게 한다. 보험상품을 대리해 판매하는 GA로서 기본 윤리마저 의심하게 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제재를 받은 상당수 GA들은 모집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보험모집 수수료를 부당하게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보험업법의 수수료 지급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또 다른 모집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하거나 계약자 대리서명, 보험상품 설명의무 위반, 허위계약 모집 등을 시도했다가 제재를 받은 경우도 있다. 보험상품 판매의 전문성 등은 아예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판매 실적에만 열을 올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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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GA에 대한 보험사들의 매출액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GA가 불완전 판매 등 위법 행위를 해도 보험사가 나서서 제동을 걸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전속 설계사를 줄이고 GA에 의존하다 보니 보험사와 GA 간 관계가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손보사 10곳의 원수보험료 합계는 84조3,27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GA에서 발생한 원수보험료가 36조47억원(42.7%)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전속설계사는 22조6,151억원(26.8%), 임직원은 17조6,594억원(20.9%) 순이었다. 10개 손보사가 GA를 통해 올린 원수보험료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2010년 16조3,513억원에서 지난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 소속 설계사들이 불완전판매를 해도 책임 소재를 따지기가 쉽지 않은데다, 그들의 영업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회사 보험상품을 안 팔겠다고 나오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감원도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법 위반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더구나 영향력이 커진 GA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판매 수수료 인상과 GA 전용상품 개발 요구 등도 쏟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GA의 이 같은 무리한 요구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손보사 10곳이 대리점에 지급한 수수료는 1조8,771억원으로 전년 대비 8%(1,397억원) 늘었다. 수수료 증가율은 같은 기간 10개 보험사의 대리점 채널을 통한 원수보험료 증가율 2.2%를 3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일부에서는 GA의 불완전 판매로 고객의 피해는 물론 보험업계 전반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대형화된 GA 소속 설계사들이 불완전 판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소속 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대형 GA만 5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감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GA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GA가 국내 보험산업을 키우는 자극제인 ‘메기’가 될지, 생태계를 교란할 ‘황소개구리’가 될지를 놓고 논란은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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