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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배당'에 칼 뺀 큰손...주주권 강화 첫 시험대

■ 국민연금 '블랙리스트' 공개

국내기업 투자 비중 너무 높아

투자 철회 땐 변동성 확대 우려

큰손 불구 권리행사 제대로 못해

배당 정책 수립 않는 기업 압박




지난 2016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주주로서 배당 확대를 이끌기 위해 투자 대상 ‘기업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배당정책이 부실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기업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그럼에도 적절한 배당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기업은 ‘블랙리스트’로 공개해 압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조치는 주주로서 무기력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도입해 주주권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투자 중단 등 강력한 수단을 발휘하기 어렵다. 전체 투자 자산의 변동성이 높아져 수익률에 위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다수 지분을 가진 주주(국민연금)가 침묵하고 소수 주주(헤지펀드·오너일가 등)가 과도한 권한을 갖는 왜곡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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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블랙리스트 첫 공개는 향후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정책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이 6.6%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이고 현대그린푸드(005440)는 12.8%로 2대 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남양유업의 배당수익률은 0.1%이고 현대그린푸드는 0.5%에 불과하다.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에 360억원을 투자해 배당금으로 연간 3,600만원을 받았고 현대그린푸드에는 1,832억원을 투자해 9억원을 챙기는 데 그쳤다. 주가도 지난 1년간 코스피 지수 움직임보다 하락세다. 국민연금은 절대 수익률이 아니라 지수에 대비한 상대 수익률을 따지는데 이 기준에서도 두 기업은 기준 미달이다. 사회적 책임투자 관점에서도 불합격이다. 남양유업은 과거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국민연금이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현대그린푸드는 최근까지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던 전력이 있다. 특히 순환출자 고리는 배당금의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더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한 원인이었다.

국민연금은 3년째 이들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의결 및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했지만 배당정책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두 기업이 다음 주주총회에서 합리적인 배당정책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국민연금은 스스로 배당금을 얼마까지 달라는 주주제안을 하지 못한다. 다른 주주가 주주제안을 했을 때 찬성하는 방법으로 에둘러 압박할 뿐이다. 그나마 다른 주주는 국민연금보다 지분이 작기 때문에 주주제안을 할 동력이 낮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중 7%를 차지하는 큰손인 국민연금이 얼마나 제 권리를 발휘하지 못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원칙적으로도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가 부결되면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민연금이 의결권 부결을 이유로 투자를 철회한 선례는 없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에 국민연금이 투자한 비중이 높아 한 종목에서 투자를 철회하면 그로 인한 변동성과 추가 수익을 올려야 하는 부담을 나머지 종목과 대체투자 등 다른 분야 투자에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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