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전북 군산에 문을 연 ‘롯데몰 군산점’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인근 골목상권과 해당 지역 경제를 위해 1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하고, 직원의 80%가량을 지역 주민으로 채용 했는데 또 다른 상인단체가 내건 골목상권 보호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설 입점 시 한 곳의 상인 단체와 협의를 마치면 다른 상인들도 단체를 조성해 상생을 요구하는 게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 정책하에서는 모든 상인 단체들과 협의하지 않으면 유통시설을 오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7일 문을 연 롯데몰 군산점에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했지만 개점을 강행했고, 이에 사업개시 일시정지 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30일 발표했다. 롯데몰이 중기부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0만 원이 부과된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9월 군산의류협동조합·군산어패럴협동조합·군산소상공인협동조합 등 군산 지역 소상공인 단체가 중기부에 롯데쇼핑의 롯데몰 군산점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군산 소상공인은 롯데쇼핑에 롯데몰 군산점 개점 3년 연기, 소상공인을 위한 260억 원 규모의 상생 펀드 조성 등을 요구했다. 상인들과 롯데쇼핑은 7~8번의 만남을 갖고 합의에 나섰지만 최종 합의를 하지 못했다. 중기부는 개점예정일 하루 전인 지난 26일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지만 롯데쇼핑은 예정대로 27일 롯데몰 군산점 문을 열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몰 군산점을 상대로 접수된 사업조정 신청은 이중규제로 보고 있다. 사업 시작단계에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고 정상적인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을 통해 오픈했는데도 입점 시점에 상생법에 의해 다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 측은 대규모 점포개설 등록을 위해 2016년 12월 지역상인들과 상생 합의를 했다. 롯데가 20억 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1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만들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대출이 쉽지 않은 소상공인에게 연 2%대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목적”이라며 “이미 68억 원의 대출금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상생 협의와 별도로 군산시 3개 협동조합에서 중기부에 사업조정 신청을 접수한 것. 앞서 상생 협의를 했는데 또 다른 단체가 들고 나오면서 이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일단 중기부는 정밀실태조사를 마치고 사업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사업조정심의회에서 롯데쇼핑에 최종 권고를 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문을 닫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측은 “영업정지로 이어지게 되면 고객, 채용된 직원, 입점한 상인, 협력사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몰 군산점에 1,800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 166개 매장에서 76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가량은 인근 지역주민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영업정지로 이어지게 되면 고객과 입점한 상인,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상인회 측과 지속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 롯데몰 군산점 일지
2016년 12월 : 대규모점포및 소상공인과 상생협약 체결
(100억 원 규모 상생펀드 조성 등)
2017년 9월~12월 : 군산의류협동조합 등 사업조정 신청
2018년 4월 20일 : 군산시 사용 승인
2018년 4월26일 : 중기부, 롯데몰 개점 일시정지 권고
2018년 4월27일 : 그랜드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