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 나서는 자유한국당 소속 후보들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홍준표 대표와의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우호적 국민 여론이 조성된 상황에서 회담 성과를 깎아내리는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하는 여당 후보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김태호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는 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대표를 겨냥해 “다소 너무 나가셨다는 느낌이 든다”며 쓴소리를 날렸다. 김 후보는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여야도 없고 보수·진보도 따로 없다”며 “홍 대표도 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 지도부와 후보자 사이에 마찰음이 생기는 상황에 대해 당 차원에서 상의하도록 건의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한국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도 전날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작심하고 일침을 날렸다. 유 시장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남경필 한국당 경기지사 후보도 “박수 칠 건 치고, 또 비판할 건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홍 대표의 자제를 당부했다.
후보들뿐 아니라 지도부에서도 당 안팎의 부정적 기류를 의식해 발언수위를 조정하는 모양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새로운 전기가 되는 회담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회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적극 뒷받침할 용의가 있다”며 홍 대표와 거리를 뒀다.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홍 대표와 선을 긋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들의 우호적인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 직후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우세한 상황에서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홍 대표와 거리를 두지 않을 경우 6월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핵 폐기 절차가 빠진 대국민 위장평화 쇼”,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남북정상회담 발표문”, “세 번 속으면 그때는 공범” 등 연일 말 폭탄을 쏟아냈다.
홍 대표도 이러한 당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듯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분위기에 휩쓸려가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비판하면서도 “폭주하던 북의 독재자를 대화의 장에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이라며 정상회담 성과를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