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비밀 핵무기 개발계획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이 가뜩이나 안갯속인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4월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연설을 통해 “‘프로젝트 아마드’로 불린 이란의 핵무기 개발계획이 담긴 5만5,000건의 문서와 183개의 콤팩트디스크(CD)를 찾아냈다”며 “핵무기를 고안하고 실험하기 위한 포괄적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지난 2015년 핵 협정을 맺기 전 핵탄두 5개를 만들고 시험하려 했고 협정 체결 후에도 이 같은 시도를 계속했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지만 이는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정보를 이미 미국과 공유했으며 프랑스·독일 등에도 보내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 말이 100% 옳았다는 점이 진실로 입증됐다”며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역시 “미국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과 일치하며 이란은 강력하고 은밀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스라엘 측의 발표에 대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양치기 소년이 다시 나타났다”며 “인기를 노린 멍청한 행위”라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
핵 합의 당사자국인 독일·프랑스·영국 등 3국은 이스라엘의 발표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 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를 결정하는 단초가 될 것임을 우려했다. 특히 이들 3국은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력한 사찰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영국이 이란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에 대해 순진했던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며 “이것이 이란 핵 합의의 일부로 받아들여진 IAEA 사찰체계가 국제 핵 합의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견고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란이 오로지 평화로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의심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란 핵 합의는 IAEA의 전례 없고 견고한 감시체계를 동반해 2015년 서명됐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과거에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비밀이 아니고 그것 때문에 미 전임 행정부가 제재한 것”이라며 네타냐후는 이란이 여전히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