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카드

대형가맹점 주유소도 "수수료 인하"…사면초가 카드사

최저임금 인상에 경영악화되자

"주유 매출 수수료 과다" 반환訴

카드사 "특혜요구 다름없어" 반발

7월엔 소액다건 결제 수수료도 인하

0215A12 8개 전업 카드사 순이익 추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주유소 업계가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에 가세해 카드사들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추진해 오면서 카드사들의 실적은 급감해왔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인하하는 대신 주유업계나 자동차업계·대형 마트업계 등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상을 추진해왔지만 이번 악재로 전략 차질이 오는 것이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1일 주유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주유소 등 석유유통 관련 연합체인 한국석유유통협회는 빠르면 이달 중 신용카드사와 정부를 상대로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주유소는 백화점·통신사·대형마트 등과 함께 대표적인 대형 가맹점으로 분류되며 연 매출의 1.5%(체크카드 1.3%)를 카드 수수료로 납부하고 있다. 현재 2% 안팎 수준인 전체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에 비해 낮은 편이다. 주유소 전체가 연간 납부하는 카드수수료 규모만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주유업계는 매출 가운데 유류세의 비중이 높아 카드 수수료를 과도하게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휘발유 가격의 약 60%, 경유 가격의 50%가량이 유류세로 포함돼 있어 수수료 중 유류세분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게 업계 측의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주유소의 영업 환경이 나빠지면서 정부가 소상공인 대책으로 마련한 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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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유소 연합체인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해부터 이미 정부를 상대로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 반환소송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신용카드사까지 전선을 넓히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주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이 2% 수준을 밑돌며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 소송을 불사하는 집단행동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주유소들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영업 환경이 크게 악화해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에 더 집착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유류세가 부가가치세와 다를 바 없다며 주유소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다른 업종도 카드 수수료 산정 기준인 연 매출에 세금이 포함돼 있는데 주유소에만 다른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연 매출 10억원이 넘는 주유소가 약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송은 과한 대응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카드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맹점들이 카드사를 통해 세금 납부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주유소들에만 유류세분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돌려주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고 반발했다. 주유업계마저 카드 수수료를 문제 삼으면서 카드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오는 7월 슈퍼마켓 등 소액다건 결제업종의 카드수수료가 인하되는 데다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에 따라 내년부터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더 낮아질 수 있어서다. 8개 전업 카드사의 연간 순이익은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4년 새 1조원 급감했다. 여기에 주유소 등 대형 가맹점까지 가세하면서 카드사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카드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결과로 카드업계가 자영업자의 현실을 팍팍하게 만든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 인상 요구를 막 추진하려던 카드사들이 악재를 만나 전선이 흐트러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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