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월가 빅샷들 "경제 위협 북핵, 돌파구 마련했지만 더 지켜봐야"

■해외투자자 관심 끈 남북회담

므누신 "北 완전한 비핵화까지 압박 지속해야"

트럼프에 노벨상 돌린 文대통령에도 이목 쏠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4월30일(현지시간) 열린 제21회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마이클 코뱃(왼쪽부터)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탄닝 중국 크레디트이지 CEO, 제러드 베이커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장, 조슈아 프리드먼 캐니언파트너스 공동 CEO, 메리 캘러헌 JP모건자산운용 CEO,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매니징파트너가 글로벌 경제의 앞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날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북핵 이슈와 미국발 통화 긴축의 영향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4월30일(현지시간) 열린 제21회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마이클 코뱃(왼쪽부터)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탄닝 중국 크레디트이지 CEO, 제러드 베이커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장, 조슈아 프리드먼 캐니언파트너스 공동 CEO, 메리 캘러헌 JP모건자산운용 CEO,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매니징파트너가 글로벌 경제의 앞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날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북핵 이슈와 미국발 통화 긴축의 영향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



지난달 27일 전 세계로 생중계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거물들에게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성큼 다가왔다는 기대감과 함께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부쩍 고조시켰다. 수개월 전만 해도 전쟁이 거론되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던 한반도에서 남북 정상이 활짝 웃으며 두 손을 맞잡은 모습에 글로벌 경제의 해묵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작용해온 북핵 문제에도 마침내 실질적인 돌파구가 열렸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섣부른 낙관은 배제했다. 세계 경제에 오랫동안 위협 요인으로 자리해온 북핵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월가의 거물 투자가들은 “가야 할 먼 길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개막해 30일부터 본 행사에 돌입한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는 단연 최고의 화제를 모았다. 기자가 서울경제신문 소속임을 밝히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예외 없이 “지난주 남북회담을 봤다”며 향후 전망을 진지하게 물었다.

밀컨연구소 설립자이자 콘퍼런스를 주최한 ‘정크본드의 제왕’ 마이클 밀컨도 이날 행사가 열리기 불과 6시간 전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을 관중들에게 전하며 관심을 보탰다. 밀컨 이사장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상을 돌렸다”면서 남북회담과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패널들의 전망을 요청했다.


이번 콘퍼런스에 참석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의 대화 세션에서도 관중들의 관심은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으로 쏠렸다. 므누신 장관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지금과 같은 대화 기류를 이끌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확신하고 검증할 수 있을 때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온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와 ‘전쟁 불사’를 외친 최대의 압박 작전을 꼽으면서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6개월 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했던 거친 말과 압박에 대해 비판적 평가가 많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북한과 협상을 하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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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월가의 투자 현업에 있는 참가자들은 불과 수개월 전까지도 금융시장의 중대 리스크였던 북핵 문제가 급속도로 풀릴 기미를 보이는 데 대해 큰 기대를 보였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기자가 즉석에서 남북 회담에 대한 평가를 묻자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큰 진전이 한반도에서 생겼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싱가포르계 컨설팅회사인 레드힐의 제이콥 푸뎀파람빌 파트너는 “김 위원장이 체제에 대한 보장을 받는다면 북한의 개방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리비아의 카다피 사태를 우려하는 김정은에게 확실한 안정감을 심어줘야 ‘완전한 비핵화’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만 한반도 정세의 향후 전개에 대해 콘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KKR 회장은 “북한에 대해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이뤄낸다면 그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베어링스의 토마스 핀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남북한이 어려운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면서 “아직 남아 있는 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진전들이 계속돼 한반도에 평화가 조속히 정착되길 바란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이날 콘퍼런스의 한 세션으로 진행된 ‘글로벌 위기, 끝없는 혼돈’에서도 제인 하만 우드로윌슨국제센터 원장은 ‘이란 핵합의’가 폐지될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북핵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가고 있다”면서 “노벨상 얘기가 나오는 데 실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진다면 노벨상을 받을 만한 사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하는 특유의 성격을 꼬집으면서도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특성이 북한 문제를 대응하는 데 전략적으로 통했을 수는 있다”고 인정했다.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는 3일 차인 1일에도 ‘북한과 전쟁 피하기’를 주제로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와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등 대북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와 투자자들에게 북한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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