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운장암

공광규 作

0215A39 시로여는 수욜



- 공광규

풀 비린내 푸릇푸릇한 젊은 스님은


법당 문 열어놓고 어디 가셨나

불러도

불러도

기척이 없다

매애

매애

풀언덕에서 염소가

자기가 잡아먹었다며

똥구멍으로 염주알을 내놓고 있다


참 무서운 일이다. 염소가 스님을 잡아먹었다니. 그것도 한 소식 얻은 노스님도 아니고 푸릇푸릇한 젊은 스님을 보리싹처럼 낼름? 풀 비린내 났다니 계율도 잘 지킨 스님이었을 텐데! 매애매애~ 아기처럼 연약하게 울지만 단추처럼 노란 눈동자엔 영혼이 비치지 않았더랬지. 얼굴로는 시치미 떼고 양반수염 휘날리면서도, 똥구멍으론 염주알 쏟으며 끔찍한 범행을 자랑하고 있었다니. 명탐정 시인 아니었더라면 완전범죄가 될 뻔했다. 그런데, 우리 동네 염소는 따끈따끈한 콩자반을 내놓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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