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새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가운데 지난 2015년 선임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공익재단을 그룹 지배력 강화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와중에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이 부회장이 이사장직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 3년 임기가 오는 31일로 만료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과 삼성노블카운티 등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65년 설립했다. 12명으로 구성된 이사진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재선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희 공익재단 대표이사를 제외한 11명의 이사진은 모두 비상임으로 사회 각 분야의 덕망 있는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 뒤를 이어 새 이사장에 선임된 것은 2015년 5월. 당시 와병 중인 이 회장이 정상적인 이사장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조우동 전 삼성중공업 회장 등 삼성 전문 경영인 출신 인사가 일시적으로 이사장을 맡은 적이 있지만 재단 설립 취지를 잘 아는 그룹 총수가 대부분 이사장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이사장에 선임됐을 당시 ‘그룹 경영권 승계’의 상징성을 갖는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 계열 공익재단의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을 집중 제기하는 등 여론 부담이 커졌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 1.05%, 금융 계열사 정점에 있는 삼성생명 지분 2.18%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이들 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은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 지위를 활용해 그룹 지배력을 높이려 한다는 비판이다. 시민단체 출신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대기업 공익재단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삼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을 비롯한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에 있으면서 얻는 실익이 크지 않은데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으로 있지만 이사장 직위와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행사는 별개 차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이 이미 삼성물산 지분 17.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공익재단 보유 지분 없이도 충분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 스스로 지분 몇 프로 확보하는 걸로 인정받는 후계자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사실과 다른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