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과거 삼성물산 공시의무를 위반한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2016년 2월 검찰에 통보한 지 2년여 만에 전격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검찰이 엘리엇 담당자를 소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그동안 금융감독원 등 국내 관련 기관 관계자들만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엘리엇에 대한 수사를 2년여 만에 다시 나서게 된 배경에는 지난달 엘리엇이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위해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엘리엇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엘리엇 관계자들이 소환에 응하면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증권사와 지분 거래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엘리엇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발단은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하던 201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5% 이상 보유 주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해 6월2일. 공시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 4.95%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이틀 만인 4일 7.12%로 지분이 늘었다고 공시했다. 금융당국은 삼성물산 같은 대형주를 이틀 만에 2.17%(340만주)를 매집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엘리엇은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파생금융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로 삼성물산 지분을 사전에 확보했다. TRS는 엘리엇이 주식을 직접 사지 않고 증권사가 대신 사주는 조건으로 가격 변동의 이익과 손실만 책임지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엘리엇이 TRS 거래로 사전에 지분을 확보하고도 지분 공시를 고의로 늦춘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증선위는 고의성에 비춰 엘리엇에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6년 2월 검찰에 고발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국내법 위반 소지 문제와 함께 단기 차익을 주로 노리는 투기자본에 대한 수사가 뒤늦게라도 이뤄진 점을 환영했다.
/강도원·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