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는 오는 12일 임기만료되는 함준호 금통위원 후임에 임지원(54세·사진) JP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을 추천했다고 2일 밝혔다. 금융투자 업계 이코노미스트 출신이 금통위원에 추천된 것은 한은 역사상 사상 처음이며 여성으로서는 2004년 이성남 전 금통위원에 이어 두 번째다.
임 본부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전에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고, 누가 저를 추천했는지도 전혀 모른다”며 “부족한 게 많아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은 임 본부장 추천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와 네트워크가 우수한 외국계 IB출신인 만큼 금통위에 새 바람을 몰고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지금까지 금통위원은 주로 교수나 학자·관료 출신들이 독점해왔다. 현 금통위도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하면 50대 남성·서울대 출신 일색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해상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금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통위에 시장 플레이어인 외국계 IB출신 이코노미스트가 진입하면 금리결정이 왜곡되고 자칫 금전적 이해관계에 얽매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은법은 금통위원 자격을 한국 국적을 가진 자로 한정하고 있다”며 “임 본부장의 국적이 한국이기는 하지만 법취지상 외국계 IB출신은 부적당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의 금통위 입성을 계기로 3개월째 ‘만장일치 동결’인 금통위에 소수 의견이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임 본부장은 한국 경제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유지해왔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은(3.0%)보다 낮은 2.8%로 제시하면서도 오는 7월 금통위가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 본부장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을 거쳐 1999년부터 JP모간체이스은행에 재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위원, 한국은행 통화금융연구회 운영위원, 한은 통화정책 자문회의 의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원 등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