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국회 내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 피해 사례가 수백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가해자 가운데 현직 국회의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익명으로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가해 국회의원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유승희)는 지난달 3~5일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실에 근무하는 보좌진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2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실 근무 보좌진 2,75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배포된 설문지 1,818부 중 958부가 회수됐고 여성의 43.1%, 남성의 56.6%가 응답했다.
조사 결과(중복 응답 포함)에 따르면 국회에 들어온 후 지금까지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 성폭력 범죄는 성희롱(338명)이 가장 많았으며 가벼운 성추행(291명), 심한 성추행(146명), 스토킹(110명), 음란전화·문자·메일(106명), 강간미수(52명), 강간 및 유사강간(50명) 순이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성폭력 사례도 성희롱이 66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가벼운 성추행(61명)뿐 아니라 강간 및 유사강간(2명), 강간미수(1명)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직접 피해를 본 응답자는 모든 범죄 유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피해자는 낮은 직급의 여성이 많은 반면 가해자는 높은 직급의 남성에게 집중됐다. 국회 윤리특위는 “이 같은 결과는 국회 내 성폭력 범죄 피해가 상급자의 위계위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국회 내 대응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71.1%는 지난 3년간 국회에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으며 94.3%는 국회 사무처에 성희롱 고충 전담 창구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유 위원장은 “높은 회수율과 남성의 응답률은 국회 구성원이 성폭력을 남녀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