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주제가 정치, 경제, 사회 등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요.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습니다. 나의 심신을 닦고 가정을 바르게 한 후에야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그만큼 집안일에 비중을 많이 두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남성 중심의 사회라고 알려져있지만 16세기까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정의 중심에는 아내가 있고, 남성도 살림을 살았답니다.”
3일 서대문도서관 시청각실에는 40여명의 시민들이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로 준비한 정창권(사진) 고려대 교수의 ‘인생을 세배로 넓히는 조선의 이야기들’을 듣기위해 참석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애 주기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6회째다.
조선시대 여성과 하층민의 역사와 문학을 연구해 온 정 교수는 “조선시대 여성사를 공부하면서 한가지 터득한 것은 여성은 포용의 상징이라는 점”이라면서 “조선시대 중기 이전까지 한 가정의 중심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으로 집안일의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6세기에는 여권존중의 전통이 있었다. 처가살이는 사회적 풍습으로 실록에도 기록되어있다”면서 “퇴계는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요 만복의 근원이라고 했다. 지극히 친근한 사이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바르고 조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이는 임진왜란 이후 자리 잡은 가부장제 이전의 선진적인 부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의는 퇴계가 손자 안도에게 보낸 편지, 연암 박지원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등에 나온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시대의 부부 사랑법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조선시대 역사에는 여성들의 행적이 제대로 기록되어있지 않아 그들을 연구하는 자료는 대부분 서간문이나 소설 등이다”라면서 “그나마도 잘 알려져있지 않은 자료들이 많다”고 서간문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총 4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조선의 부부사랑법, 2강 물 도사 수선이 말하는 조선생활사, 3강 척추장애인 재상 허조가 말하는 조선장애인사, 4강 전문 이야기꾼 전기수가 말하는 조선 스토리문화사 등의 주제가 마련됐다.
한편, 제 6기 고인돌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공공도서관과 5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문사철(文史哲)을 바탕으로 예술, 과학, 건축, 클래식음악, 경제학 등 주제를 확장해 오는 11월까지 생활 속 인문학 강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 포털 에버러닝에서 확인할 수 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