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스카치위스키 가격실험

0415A39 만파



애덤 스미스는 스코틀랜드가 자랑하는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다. 대학 강단을 떠나 유럽 여행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스미스가 10년에 걸쳐 집필한 집념의 결과물이 ‘국부론’이다.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국부론’에서 나왔다. 그는 미국독립선언이 발표된 1776년 완성한 ‘국부의 본질과 그 원인에 관한 연구’에서 개인의 자연스러운 이기심에 바탕을 둔 행위가 결국에는 바람직하고 균형 잡힌 경제를 만든다고 봤다. 경제학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시절 그가 보여준 시장경제에 대한 통찰력은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 ‘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로 추앙받기 충분하다.


스미스를 낳은 스코틀랜드가 가격 통제 실험에 나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보이는 손’ 작동 대상은 술이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1일부터 모든 주류를 대상으로 최저가격제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원래 2012년 마련됐지만 위스키회사들이 시장경제에 반한다며 법원에 제소하면서 시행이 미뤄져왔다. 최저가격제는 정부가 일정한 하한 가격을 설정하고 그 이하로 내려 팔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주로 생산자 보호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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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가 스카치위스키의 본산이라는 점에서 술 가격 통제는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극약 처방을 선택한 것은 스코틀랜드 사람의 과도한 술 사랑 때문이다. 술 많이 먹기로 유명한 영국(UK)에서도 알아주는 주당이다. 선술집(pub) 문화가 발달한 영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술 소비량이 6위에 이르며 이 중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웨일스보다 20%가량 더 마신다. 주류회사의 잦은 폭탄 세일도 ‘술 권하는 사회’를 조장해왔다. 음주로 인한 사망자가 일주일 평균 22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5년의 법정공방이 끝났음에도 가격 통제를 둘러싼 견해는 지금도 분분하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해마다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지만 국민 호주머니만 털어갈 뿐이라는 반론이 거세다. 술회사만 배 불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래서일까. 가격 통제 기간은 6년이다. 긍정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폐지한다는 것이다. 200여년 전 “의도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개인은 좀 더 자주, 더 효율적으로 사회적 이익을 증진시킨다”고 한 스미스가 이 흥미로운 실험을 어떻게 평가할까.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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