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으로 촉발된 남북 경제협력주 붐이 식을 줄 모른다. 한반도에 불어온 봄바람에 잠깐 반짝하는 테마주로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바이오주가 멈칫하는 동안 시장주도주로 나서는 분위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미중 간 무역분쟁, 경제 거시지표 악화 등 변동성 요인에 둘러싸인 국내 증시에서 거의 유일한 주가 상승 재료이니만큼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분위기 유지를 위한 주요국 간 외교 일정과 관련 국회 비준까지, 실제 경협 확대까지는 갈 길이 먼 만큼 현재의 투자 열기가 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과거 경제 외적인 이슈에 의한 테마주들이 ‘묻지마 투자’로 변동성이 확대된 후 ‘폭탄 돌리기’로 마무리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뒤늦게 수혜주 찾기에 집중하기보다는 각 종목을 찬찬히 뜯어보며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거래대금 상위 종목들 중에는 현대로템(064350)(6,822억원)과 현대건설(000720)(3,895억원), 대아티아이(045390)(2,105억원), 현대엘리베이(017800)터(1,107억원) 등 남북 경협주들이 다수 포진했다. 이날 액면분할 후 재상장한 삼성전자(005930)가 2조원이 넘는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거래를 빨아들인 것을 고려해도 경협주의 여전한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주식 시장에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들 중에도 부산산업(151%), 현대건설우(000725)(119.05%), 대아티아이(76.92%), 하이스틸(071090)(79.21%), 효성오앤비(097870)(59.07%) 등 경협주 일색이다. 관련 분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경협주인 개성공단 관련주와 대북 송전주 외에도 남북철도, 천연가스, 건설, 금강산 관광까지 자고 일어나면 수혜 업종이 늘어나고 있다. 남북이 경협을 넘어 경제 공동체로 묶이는 ‘한반도 신경제’로 확장될 경우 생산재와 중간재, 나아가 소비재·서비스 부문까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과열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경제협력의 전제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주요국 간 외교 테이블에서 긍정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뿐 완료된 것은 아니다. 지금의 상승세는 실체가 아니라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협주가 변동성 확대 구간에 진입했다”며 “실제로 남북 경협 관련주 가운데 5% 이상 급락한 종목이 대거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실적에 대한 의문도 있다. 당장 수혜주 가운데 대형주들의 올 2·4분기 실적 전망도 엇갈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세아제강·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한국전력과 에머슨퍼시픽은 영업익 감소가 예상된다. 몇 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중소형 수혜주들도 상당수다.
또 경협주의 인기를 틈타 ‘오늘은 건설이, 내일은 가스관이 뜬다’며 자체 ‘업종 순환’을 하는 일부 의심 세력의 행위도 포착된다. 올해 들어 한반도 평화 무드를 타고 ‘파주에 땅이 있다’며 특정 종목에 투자가 몰리는 ‘묻지마 경협 투자’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집중 모니터링에 착수하기도 했다. 남북 경협주가 자칫 ‘테마주’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오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리스크) 해소와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신시장 확보는 경협주뿐 아니라 대부분 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므로 이미 상승한 남북 경협주를 매수하기보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대형 실적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