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정원’.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책은 청나라 초기에 활동하던 ‘동양의 에피쿠로스’ 이어가 쓴 지식백과사전이다. 이어는 저명한 희곡 이론가이며, 희곡작품과 백화소설을 다수 창작했으며, 극단 경영자이기도 했으며, 전문출판이기도 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이어의 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책에는 건축, 가구제작, 의복, 장신구, 화훼, 음식 등 생활의 전 영역에 대해서 자신만의 탐미적 관점을 담았다. 물론 여성과 외모에 대한 기준 등은 지극히 남성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규정됐기에 현재에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거슬리는 부분도 다수 있지만 이는 당대의 현실에 대한 기술로 받아들이는 여유도 필요해 보인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청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즐거움과 아름다움이라는 쾌락을 추구했는지 한눈에 펼쳐져 킬링 타임용으로는 손색이 없다.
자극적인 제목이 달린 이 책의 첫 장 역시 제목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목소리와 용모에 관하여’ 첫 문장을 “식욕과 성욕은 본성이다” “자도(춘추시기 정나라 귀족으로 천하제일의 미남)가 아름다운 줄 모르는 사람은 눈이 없는 사람이다”로 시작한다.
이어는 여성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흰 피부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흰 피부를 타고난 사람은 부친의 정기를 많이 받아서 잉태된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노력하면 피부를 희게 만들 수도 있고, 너무 검은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등 미인이 되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눈썹과 눈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은 관상학을 떠오르게 한다. “눈이 가늘고 긴 사람은 천성이 반드시 부드럽고, 눈이 굵고 큰 사람은 마음이 틀림없이 사납고, 눈이 잘 움직여 활기가 넘치며 흑백이 분명한 사람은 대부분 총명하고 지혜롭다. 눈이 항상 고정되어 멍하면서, 흰자위가 많고 검은 자위가 적거나 그 반대인 사람은 틀림없이 우매한 자에 가깝다.” 이는 청나라 등 중국의 그림 속 여인과 남성들의 눈이 대부분 가늘고 긴 이유는 당시 그들이 그렇게 생겼던 것이 아니라 아마도 당대 사람들의 ‘아름다움의 이상향’을 그려 넣은 게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외모 외에도 의식주 전반을 다룬 까닭에 청나라의 의식주 문화도 풍성하게 다뤘다. ‘담장문화’라고 불리는 중국에서 ‘담장과 벽’의 의미와 위상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과 모란, 양귀비, 봉선화 등 꽃과 식물에 얽힌 이야기 등도 흥미를 끈다. 3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