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으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아프리카 동북부 지부티의 중국 기지에서 미군 항공기를 향한 레이저빔이 잇따라 발사돼 또 다른 갈등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을 방문 중인 통상협상단을 통해 중국에 대미 무역흑자를 2020년까지 2,000억달러 감축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최근 지부티의 중국군 기지에서 인근을 비행 중인 미군 항공기를 향해 고출력 레이저빔이 발사돼 미군 조종사 2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자국 항공기에 큰 위협이 되는 매우 심각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이과 관련해 공식 외교 창구를 통해 중국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실제로 2명의 미군 조종사는 지부티 중국군 기지의 인근 미군 르모니에기지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시력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르모니에기지는 지난해 7월 중국이 지부티로부터 임차해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중국 해군 군사기지와 불과 13㎞ 정도 떨어져 있다. 다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몇 주 동안 비슷한 사건이 10여건 발생했다”면서 “고성능 레이저빔을 발사한 곳이 중국군 기지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조종사들에게 지부티의 특정 지역 상공을 비행할 때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공지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앞서 중국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미사일을 배치한 데 이어 이번 사건이 미국 통상협상단의 중국 방문과 맞물린 미묘한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불편한 통상무역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 통상대표단은 중국이 오는 2020년까지 현재 3,750억달러 규모인 대미 무역흑자를 2,000억달러 감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흑자 규모를 1,000억달러 감축하라는 기존 요구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 측은 또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2025’ 관련 산업에 중국이 보조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다우존스는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대체수입지와 자체 경작을 준비하는 등 이번 협상 이후 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하고 갈등이 한층 격화하는 데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과 홍콩 명보 등은 중국 당국이 국내 대두 생산을 늘리기 위해 헤이룽장성·지린성 등 동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대두 경작면적을 늘릴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윌리엄 자릿 주중 미 상공회의소 의장은 “기업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보호를 받고 있는 중국 경제는 시장원칙에 기초한 다른 정상적인 무역국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경제발전 모델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는 하루이틀의 협상과 대화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