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최저시급 1만원 공약 등 노동자 처우 향상에 초점을 맞춘 개혁 드라이브를 펼쳤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달 들어 그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를 평가하는 세미나·토론회가 잇따르고 있다. 노동계는 대체로 개혁 의지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율 등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의견이다. 기업들은 올해부터 계속될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일 ‘문재인정부 1주년 노동정책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중기 한신대 교수(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적폐청산, 사회적 대화 등에서 개혁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자리 창출은 가시적 성과 없이 고용위기만 지속되고 있고, 근로시간 단축은 원래 약속했던 가산임금 중복적용 문제에서 한 발 물러났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런 취약성은 최근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재조정 문제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공기관 특성이나 재정 여건, 내부의 반발 등을 매개로 원래 기획에서 후퇴했다”며 “내부 정규직 노동자의 반발은 임시직 교사나 인천공항의 경우처럼 공공부문 일반에서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는 이날 “문재인 정부 1년을 돌아보면 과거 노동계의 요구들이 반영되고 변화를 도모하려는 노력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사회적 대화 복원, 경영참여 등 과거 어떠한 정부에서도 추진하지 못했던 전방위적 노동개혁정책이 시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초과근로수당의 감소, 이로 인한 총임금의 감소 부분을 노사정중 누가 어느 정도를 책임져야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며 “또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한 중소기업 지원책도 노사정이 함께 고민해야할 과제”라고 밝혔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장)는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이었던 전임 정부와 확연히 달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정규직 전환 규모는 역대 최고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 인원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적용 예외 사유 자체의 모호성과 자의적 확대 해석, 정책 추진 주체의 의지 부족, 관리·감독 소홀 등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노동연구원도 지난 3일 정부의 노동정책 1년을 평가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민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최저임금 증가가 1~3월 고용량과 근로시간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며 ”근로시간은 유의미하게 줄었지만, 고용량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고용량 조정에 비해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연구위원은 ”노동강도가 극대화 된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람을 빼기란 불가능하다“며 ”100명 정도 고용하고 있으면 1명을 자를 수는 있지만, 4명이 일하는데 1명을 자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고용노동정책이 고용시장을 악화시키거나 기업 고용을 위축시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업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3월 중소기업 1,65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의 74%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 48%는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원했다.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 해 대비 16% 이상 올린 시간당 7,350원으로 결정해 올해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행한다는 목표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