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세’ 이정은(22·대방건설)이 일본 골프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린 주말이었다. 지난 6일 끝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의 우승컵은 신지애(30)의 몫이었지만 그에 못잖은 관심을 모은 건 이정은이었다.
지난해 KLPGA 투어를 평정한 이정은은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이 대회에 초청을 받아 출전했다. 일본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로 이정은에게는 일본 무대 첫 경험이었다.
첫날부터 공동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한 이정은은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다. 핀 위치가 까다로워 중간합계 언더파 스코어 기록자가 6명뿐이었는데 이정은은 4타를 줄여 합계 5언더파를 마크했다. 3라운드에서는 2타 차 2위 스즈키 아이(23·일본)와 맞대결이 성사됐다. 스즈키는 지난해 JLPGA 투어 상금왕에 올랐고 이번 시즌에도 상금 1위를 달리는 일본의 ‘대세’다. 한일 상금왕 대결에서 이정은은 이븐파로 스즈키(2오버파)에게 판정승을 거두고 4타 차 선두를 질주했다. 최종일 신지애·스즈키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이정은은 긴장한 듯 다소 샷이 흔들리면서 4타를 잃었다. 결과는 신지애 우승(3언더파), 스즈키 2위(2언더파), 이정은 3위(1언더파)였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이정은은 탄탄한 경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날 1위를 지켰다면 JLPGA 투어 사상 두 번째로 데뷔전에서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는 대기록을 쓸 수 있었다. 첫 주인공은 2015년 이 대회를 제패한 한국의 전인지(24)였다. 일간 스포츠호치는 이정은이 2, 3라운드 선두에 나서자 “일본 대회에 최초로 출전한 한국의 상금여왕이 본령을 발휘했다. 지난해 4승에 6관왕을 차지한 그는 어려운 코스에서 자신의 샷으로 버디를 양산했다”고 썼다. 이어 한국에는 동명이인 선수가 많아 ‘이정은6’로 등록했다고 소개하고 “일본 팬들에게 ‘식스(6)’라고 불리면 좋겠다. 엄청난 갤러리가 몰려 깜짝 놀랐고 많은 일본 관중 여러분이 응원해준 것이 기뻤다”는 이정은의 말을 전했다.
일본 골프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온라인(GDO)은 6일 이정은을 조명했다. 지난 시즌 평균타수 69.80타로 모국 투어에서 발군의 안정감을 자랑한 이정은이 올 1월 오는 2020년까지 3년 동안 한국 투어 선수 중 최고 조건인 연간 8억원 조건에 계약했으며 순위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다고 썼다. 이 매체는 “올해 미국에도 활동 영역을 넓히는 그가 일본의 메이저 타이틀은 아쉽게도 얻지 못했지만 존재감으로 미래의 스폰서에 크게 어필했다”고 평가했다. 이정은은 11일부터 사흘간 수원CC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우승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