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 교육의 혁신 방향을 위한 제언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교육의 큰 방향이 지식 전달에서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교육정책과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정호 KAIST ICT 석좌교수는 “단순한 업무, 계산, 데이터 처리는 이제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정답 맞추는 교육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대화와 협동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방법을 장려해야 하며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각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은 “미래에 필요한 인재육성을 위해서 어떤 상황도 대처해나갈 수 있는 기초역량을 증진시키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태 인천대 부총장은 “프로젝트 기반의 러닝 시스템 도입으로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하고 창의성을 계발해 학생들의 가치를 더 높이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칸막이 식 교육을 없애는 게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도 “전공에 구애 받지 않는 문제해결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초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학과의 칸막이를 넘나드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학사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수현 상현고 교장은 “창의적 교육을 위해서는 대학은 자유전공제를 실시하고 고교는 고교학점제 정착, 자유선택과목 확산 등을 실행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학원 의존 교육을 과감히 철폐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암기한 지식을 평가하는 현행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학생들이 진로·적성·흥미에 따라 필요하고 원하는 공부를 하면 이를 평가하는 전형이 도입돼 그 결과가 진학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진로교육이 강화돼야 하고 교육체제를 진학과 직접으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총체적인 교육전략 수립과 이를 위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결국 대학서열화, 기업 채용, 사교육 등의 문제는 다 연계돼 있기 때문에 일부만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교육은 초등·중등·대학교육뿐 아니라 기업의 채용방식이 연계돼 변화해야 개선이 가능하다”며 “교육과 취업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하는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재환 에듀테크산업협회장도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 정립 및 국가교육전략 변경 수립이 불가피하다”며 “교육에 대한 새로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프로세스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의 디지털 역량 함양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은 “결국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교원 양성과정부터 디지털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교원 양성과정이 바뀌어야 한다”며 “교사들 간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교원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에듀테크 도구의 보급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진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