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가치주펀드의 변신...게임·엔터주 담는다

연초 이후 4,910억원 이탈에

성장주 편입 수익률 방어 나서

화학·소재 등 굴뚝주서 벗어나

IT·미디어 업종 저평가주 발굴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가치주펀드들이 전략을 수정해 게임·엔터 등 성장주를 펀드에 담으며 수익률 방어에 나서고 있다. 게임주의 경우 하반기를 노린다. 상반기 주춤한 신작 발표가 하반기에 집중되며 주가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터주도 기대했던 중국발 봄바람이 아직은 미진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등 정치적 이슈 변화에 따른 실적과 주가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100개 가치주펀드의 순자산은 약 4,910억원 줄었다. 특히 최근 한 달 사이에는 948억원이 빠져나가 테마펀드 중 가장 유출 규모가 컸다.


올해 초부터 국내 가치투자의 대가로 여겨지는 운용역들은 연초부터 올해 가치주의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연초 투자자 포럼을 통해 “리스크가 낮고 내재가치가 확실한 가치주 투자가 필요하다”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돈이 쌓인다”며 가치주 투자를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 열기는 높지 않다. 최근 1년간 가치주펀드에서는 2조2,527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연초 이후 투자자들은 환매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패시브펀드의 인기가 지난해부터 이어지면서 가치주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치주펀드는 최근 2년간 지수에 따라 포트폴리오가 자동으로 구성되는 패시브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가치주펀드 운용역은 “올해 들어 가치주펀드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지만 지난해 패시브펀드 수익률을 아직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여전히 관망하거나 수익률이 높은 다른 상품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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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최근 운용사들은 가치주펀드의 투자 영역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데 고심하고 있다. 통상 가치주는 실적에 비해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돼 주가가 낮은 종목을 의미한다. 대개 화학·에너지·소재 등 규모가 큰 ‘굴뚝주’가 가치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보기술(IT)·미디어 등 과거 ‘성장주’로 여겨진 업종에서도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대거 포트폴리오에 반영하는 추세다. 실제로 대표적 가치주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100세행복’의 상위 6개 종목에는 CJ E&M(7.42%), JYP엔터테인먼트(6.42%), 제이콘텐트리(4.28%) 등 3개 종목을 엔터주로 구성해 연초 이후 6.89%의 수익을 냈다. 해당 기업은 모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해빙 분위기에 들어서면서 최근 6개월간 주가가 급등했다. KB자산운용의 ‘KB연금가치배당’ ‘KB밸류포커스’ 등은 전체의 11%를 지난해 8월 이후 주가가 60% 가까이 상승한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로 구성해 각각 6%, 3%의 수익을 냈다. 운용역들은 “여전히 상당수 펀드가 삼성전자·현대차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주로 안정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게임·엔터 등의 업종에서도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과감하게 베팅한다”며 “과거 성장주로 여겨진 기업도 최근에는 현금흐름이 뛰어난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고 주주환원 등 장기적으로 주가가 성장할 만한 요인이 많아 성장주와 가치주를 업종으로 구분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게임주에 대한 편입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운용사들은 게임주의 1·4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고 2·4분기부터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이번주 엔씨소프트 등 게임주 주요 종목의 실적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나 신작 모멘텀이 약화된 가운데 주가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2·4분기 이후 신작의 흥행 여부에 따라 강한 모멘텀이 예상된다.

가치주 영역이 넓어지면서 시장 전문가들도 가치주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수익률을 보면 바이오 비중이 높은 대형 성장주를 제외하면 가치주 성과가 양호하며 중소형 가치주는 중소형 성장주와 상반된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며 “올해 주식시장 유동성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쏠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치주에 긍정적 시각을 유지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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