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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보다 실적이 먼저"...IT·금융주 사들인 외국인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서 '판문점 선언'까지 2개월간

外人 펀더멘털 좋은 SK하이닉스·신한지주 등 집중 공략

기관, 많이 떨어진 바이오주...최근 10일간은 경협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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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후 ‘판문점 선언’이 나오기까지 최근 두 달간 외국인과 기관 등 큰손들은 정보기술(IT)주 매매에 더 집중하며 이벤트보다는 펀더멘털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적으로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내부적으로는 북미 정상회담 등 투자 심리가 안정되며 다시 IT주를 사들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6일 남북 정상회담 발표 이후 이달 4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7,108억원을 순매수한 SK하이닉스였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찍었다는 의구심이 여전하지만 D램 가격의 강세가 여전하고 데이터 서버용 수요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매수세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4분기 매출액 8조7,197억원, 영업이익 4조3,673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1년 주가수익비율(PER)은 4.08배로 낮아 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하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서버향 호황이 지속됨에 따라 D램이 올해 매출과 이익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이어 삼성전기(3,911억원)와 삼성물산(2,772억원), LG(1,839억원) 네이버(NAVER·1,501억원) 순으로 사들였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호황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3.1%나 고공 점프했고 LG는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한 여력으로 LG전자·LG화학 등 주력사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오스트리아의 헤드램프 업체 ZKW 지분 100%를 인수해 전장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삼성물산의 경우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네이버는 ‘댓글 조작’ 의혹 등 논란이 있지만 외국인의 투자는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일시적인 악재에 흔들리기보다는 실적을 기반으로 투자 종목을 선택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 ‘대칭적’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면서 물가상승 추세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물가지표가 목표치인 2%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외국인의 국내 매매도 펀더멘털에 기초한 IT주 등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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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외국인의 또 다른 선택은 금융주다. 최근 10일 동안 외국인은 신한지주(744억원)와 KB금융(550억원) 등을 꾸준히 사들였다. 또 호텔신라(672억원), POSCO(650억원) 등 면세점·철강 등 남북 경협주 자체보다 경기가 회복하면 수혜를 보는 종목에 보다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LG(528억원), SK(519억원), 현대차(515억원) 등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한 지주사들도 매수 상위에 올랐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매는 철저하게 실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재까지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업종이 호텔·레저, 건설, 금융, IT가전 등이다.

일각에서는 5월 말 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MSCI) 신흥국 지수 내에 중국 본토 A주식의 편입 확대가 5월 중순 이후 외국인 매도세를 부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MSCI 신흥국 내 한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 대비 이익 기여도가 높아 과거처럼 팔자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15.9%인 반면 이익 기여도 비중은 21.7%에 달하고 있다.

외국인과 달리 최근 두 달간 기관투자가들은 바이오주를 사들이고 있다. 공매도 이후 주가가 떨어지며 사들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3월 이후 셀트리온(1조1,812억원)의 매수 규모는 같은 기간 2위인 한국전력(3,070억원)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아모레퍼시픽(3,031억원), 삼성전기(2,680억원), 삼성물산(2,57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최근 10일 사이 기관은 한국전력을 비롯해 현대산업(815억원), 현대제철(813억원), 현대로템(584억원) 등 남북 경협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을 주워담는 분위기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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