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무조건적인 믿음”이다고 말하는 가수 씨피카를 만났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씨피카(CIFIKA)는 퓨처리즘과 몽환적인 보이스, 중독적인 전자음 사운드로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6년 11월, 음악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신의 이목을 단번에 끌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지난 해 2월 10여년 간의 오랜 LA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8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마이 에고(My Ego)로 올해의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닉 노래 상을 수상한 실력파 가수다.
가수 씨피카(CIFIKA)/사진=조은정 기자씨피카의 2018년은 바쁘다. 인디밴드 혁오의 ‘오혁’이 의기투합한 디지털싱글 ‘몸마음’을 지난 1월에 공개했고, 3월에는 두 번째 앨범 ‘프리즘’을 발매했다. 빛을 다양한 색상으로 풀어내는 프리즘으로부터 영감 받은 앨범으로 작업 당시 씨피카의 감정과 생각들을 담아낸 것으로 알려진다. 씨피카가 앨범 전 곡을 작사, 작곡했으며, 써드컬처키즈 소속 프로듀서 무드슐라가 씨피카와 공동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의 음악은 한마디로 ‘귀를 열게 만든다’ 신세계에서 들려오는 처음 듣는 목소리 같다고 할까. 보컬리스트 겸 프로듀서 씨피카는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의 악보가 하나 하나 눈으로 그려진다고 했다. 작곡법을 공식적으로 배워 본 적이 없다는 그는 스스로를 프레임을 거부하는 ‘룰 브레이커’라고 했다. 음악적인 규칙을 하나도 지키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더 새롭고, 더 끌린다.
“음악이 눈으로 그려진다고 할까. 제 머릿 속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음악의 큰 그림들이 다 보인다. 설명하기 어려운데 음도 다 알 수 있다. 동료 프로듀서들은 ‘룰브레이커’라고 하더라. 그래서 독창적으로 보고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다.”
“제 음악이 ‘심오하다’ 혹은 ‘어렵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생소한 비트 때문 아닐까. 가사는 너무 현실적이고 단순한 편이다. 음악적 영감은 어디서든 받을 수 있다. 재미있는 요소들을 관찰해서 음악으로 풀어내는 게 재미있어요. 저는 재미있으니까 쉬운 것 같아요. 재미없는 건 어렵잖아요.”
씨피카에게 음악은 무조건적인 믿음을 주는‘종교’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그는 “종교의 힘을 믿듯이 음악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가수 씨피카(CIFIKA)/사진=조은정 기자“저는 개인적으로 제 음악은 말도 안 되게 완벽했으면 해요. 완벽하게 아름다운 음악은 사람을 매료 시켜요. 인간은 절대 완벽할 수 없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이 멋있어요. ‘완벽’은 최고이고, 최고는 완벽에 가까운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요.”
예술 분야를 좋아해 미술대학으로 진학했고,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는 씨피카의 다음 목표는 영화 음악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아직은 좀 더 실력을 쌓아야 하는 시기다. 그렇기에 “지금 영화 음악 쪽에서 콜이 들어오면 준비가 안 돼서 못 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SF 영화, 사이언스 픽션, 그런 쪽으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영화 스토리의 주문대로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도 진보적인 편이고, 미래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지구 밖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서 SF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음악 철학자 씨피카는 “음악 없이 살 수는 있겠지만, 그 삶은 고통일 것 같다”고 했다. 그렇기에 “음악 작업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통이, 음악을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압박을 이겨낸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한 살 한 살 나이들어가는 씨피카의 30대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