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미국 엘리엇의 문제 제기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최근 서울에 있는 현대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진행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지배구조 개편에 의지를 보였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다음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개편안에 대해 엘리엇은 1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회사와 주주들에게 이익이 충분한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추가 조치를 요구하고 오는 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부회장은 이에 대해 “주주들의 제안을 경청할 것이며, 회사와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이 있다면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자동차업계에 대해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와 같은 미래 기술 확보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룹 내 완성차 부문인 현대·기아차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모비스가 핵심 기술 중심 회사로서 이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최근의 주주 친화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공개된 주주 친화책이 전부는 아니다. 이것은 시작일 뿐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비스는 앞으로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강화해 나가고, 이를 통해 수익이 성장하고 주주환원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며 “다른 그룹사들도 모비스의 방향 설정에 맞춰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주주 친화정책을 일관되고 지속해서 실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 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해 “모든 의사결정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절차도 더욱 투명하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계열사들이 이사회를 다양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문성과 경험을 고려한 사외이사 선임과 외국인 및 여성의 이사회 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를 ‘황금알을 낳게 될 거위’라고 표현하면서 회사를 키워야 할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보다 더 ICT 회사답게 변화하는 데 있다”면서 “그룹사 중 이 역할을 주도할 곳은 모비스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모비스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미래차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선도하는 회사로 혁신을 거듭할 것”이라며 “자체적인 역량 강화 외에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글로벌 기술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협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도 소개했다. 그는 “미래차 시대에는 궁극적으로 산업 간 영역이 사라지고 M&A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체질 개선을 과감히 펼치겠다”고 말했다. 양적인 목표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면서 생산 효율화를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