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회담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후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반도 문제 당사국 정상급 행사로는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정상회담, 북일 정상회담, 2차 남북 정상회담이다. 이 가운데 평양 개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벤트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고 이를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이르면 오는 9~10월 무렵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이때 방문지로 꼽히는 1순위 장소가 평양이다. 다만 2차 정상회담의 의제가 안보보다는 남북 경제협력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지구 일대도 정상회담의 후순위 후보지로 거론될 수 있다는 게 한 여권 관계자의 분석이다.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회담이 개최될 경우에도 평양이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과 함께 개최지역으로 꼽힐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12 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결정됐음을 공개하기 전 평양 방문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추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에 다시 잡히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중 평양을 갈 수 있는 행사가 있다면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회담밖에 없다. 물론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회담이 개최된다면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끝내고 종전 선언을 하는 쪽에 의제가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평양보다는 남북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편이다.
북일 정상회담은 아직 개최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일 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권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2002년) 정상회담에서 국교 수교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고 이후 (2004년에) 북한에 피랍된 일본인 유골을 송환했지만 이후 일본 측에서 가짜 유골을 주장하며 북한을 망신 준 것에 대해 매우 괘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래서 일본이 진정성을 가지고 과거사와 국교 수교 문제에 응하지 않는 이상 북일 정상회담 카드를 쉽게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인 만큼 김 위원장이 아베 총리 측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다고 해도 일본을 방문하기보다는 아베 총리가 평양을 찾도록 하는 방식으로 자존심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중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북한이 6·12 회담에서 확실한 비핵화 합의를 도출한다면 차기 정상급 이벤트에서 평양이 역사적 국제무대의 장소로 어떤 식으로든 급부상할 것이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