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 핵실험장 폐쇄는 비핵화의 시작일 뿐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히면서 북한 비핵화 실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북미 간에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맞교환하는 빅딜에 대한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도 “남북 정상회담 때의 약속 이행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반겼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핵실험장 폐쇄가 비핵화로 가는 첫발을 겨우 뗀 데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우선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전문가들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핵실험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전문가의 검증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문가 초청을 생략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과 이어지는 후속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잖아도 북한 핵시설은 의문투성이다. 국방부도 북한이 50여㎏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보관돼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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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요한 것은 북한의 조치에 따른 후속 대처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로 일단 비핵화 의지는 보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검증을 거쳐 실제 해체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에 성급하게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사례에서도 경험한 바다. 그런 면에서 북미협상의 중재자인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있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간 핫라인 통화 등을 통해 우리의 안보불안이 해소되기 전에는 대북 제재가 서둘러 해제되는 일이 없도록 조율을 잘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겨우 입구만 열린 핵 협상을 가지고 지나치게 흥분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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