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시 2금고를 맡기로 최종 결정했다. 33조원에 달하는 일반·특별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는 신한은행이 3,050억원의 출연금을 써내 가져간 상황에서 2조원 규모에 달하는 2금고는 사실상 실익이 없어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계륵’이나 다름없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임원회의에서 “기관영업의 효율성이 중시돼야 한다”며 영업력 과시를 위해 출연금을 과다 출연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이 2금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버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출연금 과다 출연 논란이 불거지면서 차라리 2금고도 내주자는 의견과 그동안 서울시와의 관계나 앞으로 있을 구금고(25개 구청) 수주 일정도 감안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현실론이 오갔다고 한다. 4년 전만 해도 우리은행이 서울시 1금고를 수주할 때 낸 출연금 규모가 1,400억원 수준이었는데 1금고는 고사하고 2조원에 불과한 2금고 수주를 위해 1,100억원이나 써냈으니 출연금 과다 논란이 자연스레 불거진 것이다. 우리은행 이사회에서도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손 행장에 대한 격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1금고를 계속 맡았으면 좋았겠지만 3,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제시하며 수성을 하는 게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2금고는 입찰에 참여한 이상 성실히 결정을 따르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많아 최종 결정됐다. 기관영업에 대한 은행들의 고민이 서울시 금고 수주전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